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다운사이징>으로 문을 연 제74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9월 9일 폐막을 앞두고 있다. 수상작 예측도 예측이지만 이탈리아 리도섬에서 내년 오스카 시상식의 밑그림을 그려보려는 시선도 강하다. 지난해 개막작 <라라랜드>(2016)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관왕을 차지했고, 2015년 비경쟁부문 상영작 <스포트라이트>(2015)와 2014년 경쟁부문 상영작 <버드맨>(2014)이 오스카 작품상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올해도 21편의 경쟁작 중 4편이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영화다. <다운사이징>을 포함해 대런 애로노프스키가 연출하고 제니퍼 로렌스가 주연한 <마더!>, 코언 형제가 각본에 참여하고 조지 클루니가 연출한 <서버비콘>,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기예르모 델 토로의 판타지영화 <물의 형태>가 영화제 기간 꾸준히 관심을 받았다(맷 데이먼은 <다운사이징>과 <서버비콘> 두편에 주연으로 출연한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압델라티프 케시시의 신작 <메크툽, 마이 러브: 칸토 우노>, <45년 후>(2015) 등을 만든 영국 감독 앤드루 헤이의 <린 온 피트> 등도 경쟁부문의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거론되고 있다. 심사위원장은 배우 아네트 베닝이다. 아네트 베닝은 11년 만에 여성 심사위원장으로 베니스에 초대받아 황금사자상의 향방을 결정한다.
가상현실(VR) 경쟁부문을 신설한 것 역시 화제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선 30여편의 VR 작품들이 경쟁부문과 비경쟁부문에서 소개되었다. 지난 5월에 열린 칸국제영화제에서도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가 연출한 VR 작품 <살과 모래>에 관심이 집중됐는데, 베니스는 아예 경쟁 섹션을 마련했다. VR 기기를 장착하고 각자가 영화를 ‘체험’하는 낯선 풍경이 세계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알베르토 바르베라 조직위원장은 “VR이 영화의 미래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표현수단인 것은 확실하다”면서 시대의 변화에 맞춰 영화제 역시 변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