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어 퍼펙트 데이> 전쟁의 참상과 거리를 두고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 농담을 이용한다
2017-09-20
글 : 박지훈 (영화평론가)

보스니아 내전 중 어느 산골 마을의 우물에 거구의 시체가 빠져 있다. 국제구호단체 요원들은 식수원을 오염에서 막기 위해 시체를 건져내려 하지만 이들에겐 시체를 건져낼 밧줄이 없다. 유엔에 지원 요청을 해보지만 유엔은 내전에 개입하는 것처럼 보일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어떤 도움도 주지 않는다. 이 사태를 그저 두고 볼 수만은 없는 구호단체요원들은 밧줄을 구하기 위해 하루 동안의 원정을 떠난다.

보스니아 내전을 배경으로 함에도 영화는 시종일관 유머러스하다. 홀로코스트의 생존자 빅터 프랭클이 ‘유머는 수용자들의 자기 보존을 위한 도구였다’고 말했듯, 주인공들은 전쟁의 참상과 거리를 두고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 농담을 이용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들은 지뢰 앞에서 꼼짝없이 발이 묶였을 때에도 “피자를 배달시켜 먹자”며 너스레를 떤다. 인물들은 참상과 거리를 유지하기에 감정에 깊이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관객도 감상에 빠지기보다는 영화의 환유적 요소들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캐릭터가 사랑스럽다는 것이다. 평화주의자 맘브루(베니치오 델 토로), 사고뭉치 캐릭터 B(팀 로빈스)뿐 아니라 의분은 가득하지만 겁도 많은 신참 소피(멜라니 티에리), 축구공을 찾아달라는 꼬마 니콜라(엘다 레지도빅), 심지어 사납지만 먹성 좋은 니콜라의 개까지 모두 미소를 짓게 만드는 캐릭터들이다. 이 캐릭터들과 유머를 통해 영화는 폭력과 비극의 전시 없이도 전쟁을 사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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