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만 봐도 알아볼 수 있어. 그놈도 날 알아봤을까.” <살인자의 기억법>의 병수(설경구)는 우연히 마주친 연쇄살인범 태주(김남길)를 단번에 알아본다. 아마도 짐작건대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지 않았을까. 이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니까 말이다. 살인범의 눈빛이 따로 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잊지 못할 강렬한 눈빛에 관해서라면 진즉부터 정평이 나 있는 두 배우다. 특히 김남길은 <강철중: 공공의 적1-1>(2008)에서 강철중(설경구)에 맞서는 조직폭력배의 행동대장 문수 역을 맡아 강렬한 눈빛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극중 강철중의 상대역은 거성그룹 이원솔(정재영)이었지만 실질적으로 영화 내내 대립각을 세우는 건 김남길의 몫이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김남길이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된 건 드라마 <선덕여왕>(2009)의 비담 때부터다. 여리고 순수한 얼굴과 단칼에 적을 베어버리는 검객의 잔혹한 눈빛을 한몸에 지닌 아이러니한 분위기는 이후 김남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철중: 공공의 적1-1> 때는 “긴장되어서 상대역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기 힘들었다”는 김남길이 이제는 설경구에게 한치도 밀리지 않으며 눈빛 대결을 벌이는 걸 보면 9년이 짧은 시간은 아닌가 보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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