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우리의 20세기> “인생이란 거대하고… 알 수 없는 거란다”
2017-09-27
글 : 이지현 (영화평론가)

1979년의 샌타바버라, 낡은 저택을 수리해 하숙집으로 활용하고 있는 도로시아(아네트 베닝)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 제이미(루카스 제이드 주만)의 교육문제로 고민에 빠진다. 1924년에 태어나 한번의 이혼을 거쳐, 50대 중반이 된 그녀에게 가족은 아들뿐이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아들과의 대화는 어려워지고, 공감대 없는 관계는 역효과를 불러온다. 아들에게 인생을 가르치기에 자신이 부적합하다고 생각한 그녀는 다른 세계관을 가진 두명의 여성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렇게 페미니스트이자 펑크의 반항 정신을 가진 포토그래퍼 애비(그레타 거윅)가 제이미와 인생 경험을 공유하고, 어린 시절부터 제이미의 친구인 줄리(엘르 패닝)가 성장기의 미묘한 감정을 교류하며 대화하기 시작한다.

전작 <비기너스>(2010)에서 75년 만에 동성애자로 살게 된 아버지와 관련한 자전적 이야기를 펼쳐놓았던 마이크 밀스 감독은, 이번 영화 <우리의 20세기>를 통해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40년 전의 캘리포니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많은 이들이 방탕한 삶과 소비를 숭배하지만, 무언가를 소유하고 소비하는 것은 의미를 향한 갈망을 만족시킬 수 없다”고 말하는 지미 카터의 연설을 스크린으로 옮기며, 영화는 80년대를 지배하는 물질주의적 사고방식에 우려를 표한다. 1979년을 20세기 현대사의 중추적 전환의 해로 정리하면서, 마이크 밀스는 당대의 격변을 느리고도 관조적 태도로 바라본다. 이 과정에서 세 여성의 시선이 교차되어 각자의 초상이 완성된다. 한때 무정부주의 자유론을 지지했던 도로시아의 관대한 결심은 플롯의 시초가 되며, 자유로운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독한 애비의 운명은 이야기의 엔진이 된다. 한편 진실하지만 모순으로 가득 찬 10대 소녀 줄리의 모습은 예측할 수 없는 내면의 긴장감을 쌓아올린다. 이렇듯 지역, 시대정신, 구성원간의 시점을 거쳐 시간의 선험성이 지배하는 독특한 과거의 분위기가 완성된다. 90년대 말 미국 인디신에서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던 감독의 이력은 이 과정에 도움을 준다. 어쩌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을 펑크 뮤직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이 작품에서 리듬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촬영 2주 전부터 모든 배우들을 불러모아 리허설한 것으로 알려진 후반부 댄스 장면은 모든 갈등을 유려하게 봉합하는 특별한 장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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