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웬의 인생을 바꾼 건 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들이다. 3살 때 처음 자폐 증상을 보이며 말문을 닫은 오웬은 <인어공주> 속 대사한 토막인 “Just your voice”라는 세 단어를 4년 만에 입 밖으로 꺼내며 소통의 가능성을 보인다. 그 뒤로도 오웬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오웬이 디즈니의 세계에 매료된 건 그 세계가 흑백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오웬을 담당하는 치료사는 “우리는 크면서 각자 자기의 방식대로 세상을 이해하지만 오웬은 모든 걸 깜끔하게 정돈하기 위해 흑백이 분명한 디즈니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특별한 건 오웬이 좀더 애정을 쏟는 캐릭터가 <알라딘>의 앵무새 이아고처럼 주변부 캐릭터라는 점이다. 그림에 소질을 보인 오웬은 ‘길 잃은 들러리들의 땅’이라는 자전적 이야기를 만들어 자신을 ‘들러리들의 수호자’로 명하기도 한다. 조력자들의 유쾌함이 좋다는 오웬은 실제로도 유쾌하게 웃고 명랑하게 이야기한다. 그렇게 차근히 세상과 교류하며 자라 23살이 된 오웬은 드디어 학교와 가족으로부터의 ‘독립’을 앞두고 있다.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 살아온 오웬이 어쩌면 인생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오언 서스카인드의 놀라운 성장과 변화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오언 자체가 워낙 매력적이지만 오언 가족의 역할 또한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였던 아버지 론 서스카인드는 오언의 이야기를 담은 책 <라이프, 애니메이티드>(Life, Animated: A Story of Sidekicks, Heroes, and Autism)를 펴내 아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린다. 프랑스에서 열린 자폐 관련 학회에서 오언이 감동적인 연설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아버지와 어머니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으면, 자폐인들이 학교와 가족으로부터 독립해 경제적 자립까지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쓰는 성숙한 사회의 관대함 또한 부러워진다. 참고로 디즈니는 <밤비> <덤보> <라이온 킹> <정글북> 등 다수의 디즈니 고전 애니메이션 영상 사용을 흔쾌히 허락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