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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란제리 소녀시대> 그녀들의 기억 속으로
2017-10-10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포장마차에서 누군가가 “이모님”을 찾으면 왜 하필 이모일까 생각한다. 적당히 먼, 외가의 이모에게서 구하는 막연한 친근함 때문일까? 1979년 대구가 배경인 KBS <란제리 소녀시대>에서도 같은 집에 사는 식모가 이모라고 불린다. 정희(보나)는 자신을 다정하게 살피는 도화(박하나)를 “이모야”라고 부르고, 정희의 엄마(김선영)도 그녀를 이모라고 부른다. 어쨌거나 친근함과 편리함을 취하는 모두의 이모는 살림도 맡고, 정희네 메리야스 공장에서 미싱도 돌린다. 경계가 흐린 여성 노동을 굳이 감추지 않는 <란제리 소녀시대>는 과거를 향수하면서 불편하게 여길 요소들을 제거하거나 적극적으로 미화하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아류로 묶기엔 아까운 지점들이 있다.

빵집에서 미팅하고, 남학생과 교류하는 학교 연합 방송제를 고대하는 70년대 여고생의 생활상 곳곳에도 차별과 군사 문화의 영향을 지우지 않는다. 영화 <친구>(2001)의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 이래로 폭력교사와의 갈등이 남학생들의 경험으로 치중되는 경향이 있었다면 정희와 동급생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폭력은 묻어뒀던 여자들의 기억을 되살린다. ‘연대책임’을 묻는 단체기합과 허벅지에 피멍이 들도록 때리는 교사, 브래지어 끈을 당기는 해괴한 체벌 장면에 소스라치게 놀라지만 그건 내게도 있는 기억이라서다. 왜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이런 기억을 다루지 않았을까? 보기 불편해서? 쉬는 시간에 취미로 자수를 놓으면서 옆자리 친구들의 음담패설에 함께 키득거리는 ‘모범생’ 혜주(채서진)를 보면서 생각했다. 먼저 삭제된 부분을 되살려야 얻을 수 있는 해답일 거라고. 대상화된 여고생이 생기를 되찾으면 그때는 알아서 말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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