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마더!> “이 작품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롤러코스터다.”
2017-10-18
글 : 장영엽 (편집장)

<마더!>는 그림 같은 집에 사는 한 부부의 일상으로 영화의 포문을 연다. 남편(하비에르 바르뎀)은 시를 쓰고, 아내(제니퍼 로렌스)는 집을 꾸민다. 이들 부부의 보금자리는 남편이 결혼 전부터 살던 집인데, 이곳은 한때 큰 화재로 잿더미가 되었다가 아내의 헌신으로 재건되었다. 아내는 자신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이 집을 더욱 완벽한 낙원으로 꾸미고 싶어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의 집에 손님이 찾아온다. 자신을 의사라고 소개하는 남자(에드 해리스)는 하룻밤 신세를 지는가 싶더니 부부의 집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의사의 다른 가족들이 연달아 찾아오며 아내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아이디어의 고갈로 시를 쓰지 못하고 있던 남편은 낯선 손님들의 방문이 새로운 영감을 준다며 그들을 집에 머물게 한다.

“이 작품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롤러코스터다. 첫 번째 오르막에서 속력을 늦추다가 예상대로 속도를 내고, 그런 다음 또 질주하는.” 대런 애로노프스키는 자신의 신작 <마더!>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의 비유에 말을 덧붙이자면, 앞서 소개한 낯선 손님의 방문은 첫 번째 오르막에 불과하다. 외딴집에서 고립된 삶을 이어가는 부부를 주인공으로 하는 컨트리 호러 스릴러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초반부를 지나, 영화는 광폭하게 스케일을 확장해나간다. 거의 모든 장면을 집 안에서 촬영한 <마더!>는 저택을 배경으로 세계의 시작과 끝, 인간의 욕망, 전쟁과 종교, 윤리와 구원 등의 굵직한 테마를 경유한다.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전작을 유심히 지켜봐온 관객이라면 <노아> <블랙 스완> <천년을 흐르는 사랑>과 닮은 점들을 이 영화에서 발견할 수도 있겠다. 분명한 건 어떤 장면을 예상했든 그 예상을 무용한 것으로 만드는 다음 장면이 <마더!>에 존재한다는 점이고, 세계에 대한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근심과 분노는 더욱 깊어졌다는 점이다. 121분의 러닝타임 중 66분간의 클로즈업숏을 담당한 <마더!>의 주연배우 제니퍼 로렌스는 변화무쌍한 저택과 더불어 이 영화를 견인하는 핵심적인 존재다. 한 세계의 생성과 소멸, 자연의 분노와 절망의 메시지가 그녀의 얼굴을 통해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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