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잇 컴스 앳 나잇> "알 수 없는 공포는 인간을 괴물로 만든다"
2017-10-18
글 : 이화정

전염병에 걸린 아버지를 총살하고 땅에 묻는 잔혹한 과정. <잇 컴스 앳 나잇>의 시작은 이토록 충격적이다. 부부는 그 ‘살인’에 공모한 17살 아들 트래비스(켈빈 해리슨 주니어)에 대해 서로 다른 가치관을 토로한다. 아버지 폴(조엘 에저턴)이 “트래비스도 이제 모든 일에 관여해야 해” 하고 강경론을 펼치는 반면, 아내 사라(카르멘 에조고)는 “이제 겨우 17살이잖아. 보여주는 게 아닌데”라고 아이의 다친 마음을 걱정한다.

첫 장면의 충격은 이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파국의 한 단면이 된다. 원인 모를 바이러스로 몸살을 앓는 세기말적 상황. 숲속 외딴곳에 자리한 채 두려움에 떨고 있던 폴의 가족에게 외지인 윌(크리스토퍼 애벗)의 가족이 오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는다. ‘가족을 지키려는 의도’는 같겠지만 권위적인 중년의 가장 폴과 가족을 사랑으로 대하는 젊은 윌의 태도는 대조적이다. 외딴집, 두 가족이 전부인 이 영화의 미니멀한 세팅을 풍성하게 채우는 것은 혼돈을 겪는 사춘기 소년 트래비스의 공포다. 할아버지와 반려견을 연이어 잃은 충격, 사춘기 소년의 이성에 대한 호기심, 삶의 태도에 대한 가치관 혼란 등은 어린 소년을 바이러스라는 죽음의 위협보다 더 힘겹게 만드는 요소다. 카메라가 소년의 시선으로 집 복도에 자리한 중세 흑사병으로 죽은 시체 더미를 그린 피테르 브뢰헬의 그림 <죽음의 승리>를 훑다가, 영화에서 공포가 드나드는 빨간 문을 지나, 피를 토하는 할아버지의 환영과 맞닥뜨리는 원 테이크의 긴장감 도는 연출은 압도적. <문라이트> <룸> <더 랍스터>를 제작한 스튜디오 A24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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