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박인환, 나문희 부부로 출연.’ 1998년 <조용한 가족>의 개봉에 부쳐 탤런트 나문희의 스크린 진출은 일간지의 주요 소재였다. 1961년 MBC 라디오 1기 공채 성우로 데뷔, 드라마 배우로 각인됐던 나문희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조용하지도 않을뿐더러 이상한 아웃사이더가 모인 ‘조용한 가족’. 정리해고 당한 아버지가 개업한 산장에는, 만화책 보며 뒹구는 삼촌(최민식), 폭력 전과를 둔 아들(송강호), 얌전한 척만 하는 큰딸(이윤성), 그리고 기기묘묘한 어린 딸(고호경)이 있었고, 나문희는 오합지졸 가족들을 규합하는 유일한 잔소리꾼 어머니였다. 코믹과 스릴러가 교배된 <조용한 가족>은 김지운 감독을 알린 작품이자 돌아보면 배우 캐스팅 조합이 기적에 가까웠던 작품이지 싶다. 당시 <씨네21>이 주최한 제1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이었고, <아이 캔 스피크>의 공동 제작사인 명필름의 세 번째 제작 작품이었다. 부러 연기하지 않아도, 리얼하고 디테일한 연기에 웃음과 애환이 묻어나는 넘볼 수 없는 연기. ‘테크닉’이라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 나문희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브라운관에서 스크린으로 확장시킨 첫 시도. 지금 다시 <조용한 가족>을 찾아,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배우 나문희의 그 디테일을 확인해보면 좋겠다.
씨네21
검색관련 영화
관련 인물
최신기사
-
[인터뷰] 배우의 역할은 국경 너머에도 있다 TCCF 포럼 참석한 네명의 대만 배우 - 에스더 리우, 커시 우, 가진동, JC 린
-
[인터뷰] ‘할리우드에는 더 많은 아시아계 프로듀서들이 필요하다’, TCCF 피칭워크숍 멘토로 대만 찾은 미야가와 에리코 <쇼군> 프로듀서
-
[기획] 대만 콘텐츠의 현주소, 아시아 영상산업의 허브로 거듭나는 TCCF - 김소미 기자의 TCCF, 대만문화콘텐츠페스티벌 방문기
-
[비평] 춤추는 몸 뒤의 포옹, <아노라> 환상을 파는 대신 인간의 물성을 보여주다
-
[비평] 돌에 맞으면 아프다, <아노라>가 미국 성 노동자를 다루는 방식
-
[기획] 깊이, 옆에서, 다르게 <아노라> 읽기 - 사회학자와 영화평론가가 <아노라>를 보는 시선
-
[인터뷰] ‘좁은 도시 속 넓은 사랑’,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개막작 <모두 다 잘될 거야> 레이 영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