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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마녀의 법정> 무엇을 바꿀 것인가
2017-10-24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수상해 보이는 남자를 ‘변태’로 오인하는 해프닝. 우연과 오해를 로맨스의 포석으로 삼는 드라마들에서 자주 보았던 상황이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다루는 드라마에 놓이니 이물감이 굉장하다. 그리고 KBS2 <마녀의 법정>은 베테랑 검사 마이듬(정려원)과 초임 검사 여진욱(윤현민)의 첫 대면과 재회를 통해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몰리는 심리적 절벽을 분석하고, 어떻게 정보가 누락되고 판단이 왜곡되는지를 설명한다. 검사도 신변에 위협을 느끼면 중요한 정보를 놓칠 정도인데, 성범죄 피해의 당사자, 또 피해자가 아동인 경우는 어떨까? ‘여성아동범죄전담부’ 검사들은 물증이 없고 진술 증거가 대부분인 성범죄 사건에서 진실을 캐내야 하는 이들이다. 그들이 만나는 피해자들의 기억과 진술은 불완전할 수 있으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주장은 충돌한다. 이듬과 진욱의 일은 쉽지도 않고, 쉬워서도 안 된다.

<마녀의 법정>에는 “무죄를 받았으면 무고로 갚는다. 이게 성폭행 재판의 기본”이라고 외치는 뻔뻔한 가해자의 목소리가 있다. 또 재판은 이겼지만 그 과정에서 사생활이 폭로되고 품성이 비난당하는 2차 피해를 입는 피해자도 있다. 시청하는 내내 찌푸린 미간이 펴지지 않지만, 피해사실이 있음에도 성범죄 사건에 속 터지는 무혐의가 나오는 까닭이 무엇이었는지. 가해자가 마신 술은 변명이 되고, 피해자가 마신 술은 처신을 비난당하는 이상한 입출력장치의 내부를 아주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분노를 일으키고 응징하는 ‘사이다’ 서사의 쾌감은 개별적인 건에 그치지만, 구조와 작동원리를 밝히는 이야기는 또 다른 필요와 개선 요구로 이끈다. 그 자신까지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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