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도드라지게 예쁘고 애잔한 청춘 드라마
2017-10-25
글 : 송경원

독서를 좋아하는 소년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외톨이다. 어느 날 병원에서 학급 최고의 인기 소녀 사쿠라(하마베 미나미)의 일기를 발견한다. 비밀일기에는 췌장암에 걸린 시한부 환자 사쿠라의 진심들이 적혀 있다. 사쿠라는 소년에게 자신이 병에 걸린 사실을 둘만의 비밀로 하자고 제안한다. 엉겁결에 이를 받아들인 소년은 심각한 병에 걸렸지만 내색 한번 하지 않고 항상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쿠라에게 조금씩 마음을 뺏긴다. 둘만의 추억을 하나둘 쌓아나가는 것도 잠시, 예정된 이별의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제목만 보고 호러영화로 오해할 필요 없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어쩌면 근래 일본영화 중 도드라지게 예쁘고 애잔한 청춘 드라마일지도 모른다. 2015년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200만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스미노 요루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원작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이미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다.

영화의 경우 하마베 미나미, 기타무라 다쿠미, 오구리 순, 기타가와 게이코 등 일본의 주목받는 청춘 스타와 차세대 배우들이 총출동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순정만화를 그대로 옮겨온 것 같은 화사한 화면 위에 그려진 주인공들의 풋풋한 시간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하지만 이 영화는 진한 로맨스라기보다는 청춘의 가슴 아픈 성장담에 가깝다. 덕분에 파스텔 톤으로 채도를 끌어올린 화사한 화면도 마냥 가볍게 느껴지진 않는다. 주·조연 가릴 것 없이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도 무게감을 주는 데 한몫한다. 다소 과도한 최루성 신파가 거북하게 다가오는 이들도 있겠지만 모든 이야기를 알고 난 뒤 “너의 췌장이 먹고 싶어”라는 대사를 들으면 그 의미가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차마 말하지 못한 진심을 마주할 때 흐르는 눈물을 참기 힘들 것이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 이후 간만에 접하는 일본 멜로 특유의 투명한 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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