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2017년 국정감사에서 다루어진 영화계 주요 이슈
2017-10-30
글 : 김성훈
영진위·부산국제영화제·영화 제작 지원 사업의 적폐들
10월 24일 오전 10시 부산시청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이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사진 부산일보)

국회 국정감사는 7분의 예술이다. 주어진 질의 시간인 7분간 국회의원은 1년 동안 열심히 준비한 조사 결과를 가지고 피감기관을 상대로 ‘공격’을 해야 하고, 피감기관은 의원들의 다양한 질의를 방어해야 한다. 추가 질의 시간이 보통 5분과 3분으로 차례로 주어지긴 하나, 대체로 국회의원들은 7분 안에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정의당 원내대표인 노회찬 의원(경남 창원시성산구·법제사법위)이 국감장에서 신문지 두장을 깔고 누워 “유엔에 제소할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닌 일반 수용자들”이라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치소 인권 침해 발언을 꼬집은 것도,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익산시갑·법제사법위)이 윤석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에게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돌직구’를 던진 것도 그래서다. <씨네21>은 10월 12일부터 31일까지 20일간 열린 국정감사에서 영화산업과 관련된 이슈들을 골라 어떤 내용의 질의와 답변이 오갔는지 생생하게 전한다. 기사에서 소개하는 의원들의 의혹 제기와 조사 내용은 <씨네21>이 후속 취재를 계속할 계획이니 앞으로 많은 기대를 부탁드린다.

10월 19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질의 중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 전재수 의원실)

영진위를 둘러싼 의혹들

#10월 19일 오전 10시 여의도 국회_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소관 36개 기관에 대한 감사가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날이다. 시간은 한정돼 있고 피감기관이 많은 까닭에 각 의원실은 가장 중요한 카드 위주로 꺼내는 게 중요하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북구강서구갑·교문위)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김종국 부위원장에게 질의했다. 다음의 질의 내용은 영진위가 정상화되고, 적폐 청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신임 영진위원 7명과 아직 공석인 영진위원장 그리고 영진위 전 직원이 귀담아들을 만하다. “(PPT로 문화미래포럼이 2008년 이명박 정권 시절 작성한 문건 ‘문화·예술계 현안과 과제’를 보여주며) 영진위 김종국 부위원장은 이 문건을 기억하나? 여기서 뭐 하셨나. 문화미래포럼 감사를 안 맡았나?”(전재수) “안 맡았다.”(김종국) “확실한가. 문화미래포럼 회원인가.”(전재수)“회원이다.”(김종국) “이 문건의 개선과제로는 ‘영화제 등 각종 기관 단체에 포진하고 있는 좌파 이념 편향의 인력에 대한 청산’, ‘인적 청산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적시되어 있는데 부위원장도 같은 생각이었나?”(전재수) “… 언론 보도를 통해 이슈가 돼서 (그 내용을 알게 됐다)….”(김종국) 김 부위원장이 문건 내용을 알았건, 몰랐건 간에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1심 판결에서 나왔듯이 좌파라는 이유로 인적을 청산하고 지원을 배제하는 건 헌법과 문화기본법에 위배된다.

전재수 의원은 지난 2010년 시민영상문화기구가 영상미디어센터 운용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특혜 시비에 휘말린 것을 두고 김종국 부위원장이 시민영상문화기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물었다(당시 조희문 위원장 체제의 영진위는 2015년 1월 25일 ‘2010년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운영자’를 공모한 결과 기존의 운영자인 미디액트를 탈락시키고, (사)시민영상문화기구를 선정해 특혜 시비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편집자). “2010년 영상미디어센터 사업 선정 과정이 비상식적이고 불공정했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그때 사업 운영자로 선정된 시민영상문화기구에서 무엇을 했나.”(전재수) “거기서 제가….”(김종국) “이사를 맡았나. 실질적 역할을 하셨나.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 이사장이었던 최공재씨와 상의한 적 있나.”(전재수) “아….”(김종국) 김종국 부위원장이 속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했으나 당시 그는 홍익대 교수로, 뉴라이트 계열인 한국문화미래포럼과 시민영상문화기구를 주도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가 전년도 예산 14억5천만원에서 40% 삭감된 6억5천만원을 받는 과정에서 심사위원장으로 참석한 김 부위원장의 역할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15년 4월 30일 영진위에서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 삭감이) 최종 결정됐는데 부위원장은 무슨 역할을 했나.”(전재수) “심사위원들의 의견을….”(김종국) “아무 역할도 안 했다는 거네. 회의 진행만 했다고 받아들여도 되나.”(전재수) “그렇다.”(김종국) “아무 책임도 못 느끼나.”(전재수)

전재수 의원은 “‘이명박근혜’에 정부에서 벌어졌던 영화계와 영진위 참상은 위계에 의한 것이 아니며, 영진위 내부에서도 특정 인사들이 권력에 기대어 위원회를 장악하고 전횡을 휘두른 것”에 대해 “영진위 내부 적폐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이러한 과정에서 몇몇 인사들이 반복적으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것, 지난해 1월 영진위가 심사위원 후보 온라인 등록 시스템을 구축해 심사위원을 대거 교체한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인천상륙작전> 지원은 정상적이었나.

#10월 23일 오전 10시 여의도 국회_정무위원회 국정감사

“(국가보훈처 김주용(현재 광주지방보훈청장)) 국장 지시로 사무관이 영화사(태원엔터테인먼트)에 직접 공모 참여를 권유했다고 국가보훈처 자체 조사에서 확인되었다.”(국민의당 박선숙 의원(비례·정무위)) 박근혜 정권의 국가보훈처(당시 처장 박승춘)가 애초의 지원 사업 계획을 임의로 변경해 영화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 2016)에 2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0월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선숙 의원은 “보훈처가 제작사에 (지원 사업) 참여를 부탁한 셈인데 공무원들은 감사받고 문책당할 걸 잘 알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일을 하지 않는다. 국장이나 사무관이 예산의 무단 전용을 결정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라고 또 다른 손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인천상륙작전>은 2016년 2월 4일 공모 시행을 공고한 ‘보훈문화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지원작으로 선정됐다. 총 4억8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된 이 사업은 국가보훈처가 호국 보훈 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영상 콘텐츠 제작을 독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업으로, 중·단편을 지원 대상으로 한다. <인천상륙작전>은 2월 22일 MBC ‘Thank U Festival’(2억원 지원), 동구여중 뮤지컬 동아리 ‘FAME’(800만원 지원)과 함께 지원작으로 선정돼 2억원을 지원받았다. 국가보훈처는 <씨네21>과의 전화 통화에서 “애초에는 중·단편을 대상으로 지원하려고 했으나 저예산으로 제작된 중·단편이 개봉을 못할 가능성이 큰 반면, <인천상륙작전>은 보훈 문화를 확산시키는 사업 취지에 부합해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선숙 의원실은 <인천상륙작전>이 지원작으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당시 담당 국장(김주용 광주지방보훈청장)이 ‘뉴스에서 <인천상륙작전>이 제작된다는 사실을 알고 담당 사무관(당시 엄현호 국가보훈처 나라사랑정책과 사무관)에게 지원을 검토하라고 지시하였고, 담당 사무관은 영화 제작사에 공모계획을 알려줬던 사실’이 국가보훈처 자체 실태조사 결과 드러난 것이다. <인천상륙작전> 제작 발표회가 열렸던 2015년 10월 30일 직후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 실무 담당자가 국가보훈처 담당 부서를 만나 “<인천상륙작전> 제작 협조·지원을 구했다”고 공모에 지원하기 전에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그 자리에 동석한 태원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반전영화다보니 국방부와 국가보훈처의 제작 협조를 구하기 위해 <인천상륙작전> 기획서를 보냈고, 만난 자리에서 그분들이 <인천상륙작전> 기획 얘기를 듣고 혹했는지 ‘우리가 제작 지원 사업을 할 예정이니 공모에 지원해보라고 제안해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지원 사업 대상이 중·단편이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덧붙였다. (*태원엔터테인먼트는 기사가 나간 10월 30일 "국가보훈처를 만난 건 <인천상륙작전>을 준비하고 있었던 지난 2014년, 국가보훈처가 6.25 전쟁 당시 해군첩보부대원이었던 임병래 중위, 홍시욱 하사를 9월의 6.25 전쟁영웅으로 선정한 것과 관련해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지원 협조를 구하기 위한 목적"때문이었다고 알려왔다. 태원엔터테인먼트의 한 실무자는 "보훈문화콘텐츠제작지원 사업과 관련해서는 공모 시행이 공고되기 전에 보훈처에서 사전 연락을 해와 지원 사업에 공모해보라는 연락만 받았지, 내가 직접 만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어쨌거나 국가보훈처는 제작비 175억원(표1 참조)의 상당 금액을 이미 투자받은 장편 상업영화에 지원하기 위해 예산 집행 계획을 임의로 변경하였고, 예산 수급자에게 공모에 참여하도록 안내해 예산을 배정했다는 점에서 관련자들의 추가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날 박선숙 의원은 국가보훈처에 대한 의혹 제기보다 IBK 기업은행이 <인천상륙작전>에 투자하는 절차가 소액대출보다 더 쉽게 처리됐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데 더 집중했다. 박 의원은 “기업은행, 보훈처, KBS, 국방부까지 움직일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이 누구인지 궁금하다”며 “이 모든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향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이와 관련된 재조사 요구에 “알겠다”고 대답했다.

10월 2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장의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사진 박선숙 의원실)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묻다

#10월 24일 오전 10시 부산시청_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10월 24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는 여야 의원과 서병수 부산시장간에 날카로운 설전이 오가면서 서병수 시장의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서병수 시장과 같은 당 소속인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사상구·행정안전위)이 포문을 점잖게 열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영화 <다이빙벨> 상영 문제 때문에 영화계와 갈등이 생겼다. 세계적인 영화제는 운영위원장이 콘텐츠 선정에 관여하지 않는데 신뢰 회복에 대한 구상이 무엇인가.”(장제원) “부산시장이 아닌 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서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비공식적으로 했다. 그 말을 한 뒤로 단 한번도 영화제에 간섭한 적 없다.”(서병수)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용인시정·행정안전위)은 “많은 영화인들과 영화제 사무국 직원들이 서병수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번도 사과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과를 하지 않겠다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인가.”(표창원) “누가 누구를 비판할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서병수)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행정안전위)은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이 끝난 뒤 SNS에 올린 글은 시민들의 생각과 동떨어진 발언”이라며 “부산국제영화제가 이렇게 망가진 게 시장님 탓이 아닌가. 그러고도 다음 선거에 나가시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가”라고 말했다. 서병수 시장은 “여기에 선거 이야기가 왜 나오나.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다.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만 가지고 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이 의원은 지난 6월 송광용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김기춘 전 실장이 <다이빙벨> 상영과 관련해 서병수 시장에게 직접 전화한 사실을 꺼냈다.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으로부터 전화받았나?”(이재정) “받은 적 있다. 하지만 걱정과 우려를 하는 전화였다.”(서병수) “무슨 걱정인가.”(이재정) “<다이빙벨>이 상영된다고 하는데 사회적인 갈등이 일어날 것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는 내용이었다.”(서병수)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서병수 부산시장의 답변은 뻔뻔함과 적반하장의 연속이었다. 유튜브를 포함한 여러 언론사 사이트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단, 뒷목 잡고 쓰러질지 모르니 혈압 상승에 유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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