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소장으로 일하는 봉용(성지루)은 주부 화연(전미선)의 남편이자 쌍둥이 남매 우주(양홍석)와 달님(권소현), 그리고 막내 별님(이예원)의 아버지다. 영화는 가정과 직장에서 모두 존중받지 못하는 봉용의 모습을 통해 외벌이 가장의 설움을 드러낸다. 밖에서는 건설사 간부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을’이지만, 가족에게는 술자리 때문에 가사에 소홀한 이기적인 아버지일 뿐이다. 봉용이 대장암 선고를 받으면서 그와 가족 사이의 갈등은 더 강조된다. 투병 사실을 모르는 가족은 평소처럼 그에게 짜증을 내고, 봉용은 자신을 이해하지 않는 가족에게 괜스레 화를 내게 된다. 평생 가족을 위해 일하고도 가족에게 외면받는 아버지를 위로하는 서사는 그간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했던 테마다. 여전히 많은 관객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소재라 해도, 봉용의 감정을 강조하기 위해 가족 내의 다른 구성원을 무심하고 짜증이 많은 존재로 그려내는 것은 다소 쉬운 선택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봉용의 억울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를 숨긴 채 갑작스럽게 화를 내고 물건을 부수는 봉용의 모습도 폭력적으로 보인다. 교회에서의 장면이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고, 그것이 봉용의 심리보다 종교 자체를 강조하고 있는 것 같은 어색함도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이들의 감정을 잘 설득할 수 있다면 부부 사이를 연기한 두 배우, 성지루와 전미선의 호흡 덕일 것이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가족의 얼굴로 자연스레 스며드는 두 배우의 연기가 캐릭터에 대한 공감대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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