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러브> 가스파 노에의 가장 순정적인 작품
2017-11-01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어느 날 아침 느닷없는 휴대폰 벨소리가 잠든 커플의 얼굴 위로 쏟아진다. 누군가의 전화를 받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다. 머피(칼 글루스먼)는 발신자의 이름을 확인한다. 노라, 그의 전 연인 엘렉트라(아오미 뮈요크)의 어머니다. 머피는 약에 취해 잠든 지난밤을 잠시 후회한다. 아이에게 새해 인사를 건넨 머피는 노라의 음성 메시지를 확인한다. 노라는 행방불명된 딸이 자살했을 것 같은 두려움에 빠져 있다. 2년 전에는 반대로 머피가 노라에게 전화를 걸어 엘렉트라를 애타게 찾았었다. 일단 엘렉트라에 관한 기억이 떠오르자, 엘렉트라를 향한 머피의 그리움은 점차 커지고, 그녀와 함께했던 시간이 사무치게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러브>는 파격적인 성애 묘사로 일찍이 화제가 된 문제작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가스파 노에의 가장 순정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약에 잔뜩 취한 남자의 내면에 관객을 침잠시키는 전략은 전작 <엔터 더 보이드>와 동일한데, 이번에는 자신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했던 과거의 자신을 갈구한다는 점에서 전에 없던 정념이 깃든다. 영화는 엘렉트라와 머피 부부의 관계를 퍼즐을 맞추듯 조금씩 펼쳐놓는다. 연관성이 밝혀진 뒤에는 사랑의 동시성에 관한 고찰이 관객의 주의를 붙든다. <러브>의 전략이 새롭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만큼이나 자신의 전략을 순수한 태도로 밀어붙인 경우도 드물 것이다. 와이드 앵글에 담긴 클로즈업은 한 인물의 폐쇄성을 넘어 잘린 신체들을 초대하며 그들간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하나의 물질적 지표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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