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타임 투게더> 우리도 아빠 없으면 안 되는데?
2017-11-01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세 자녀의 아버지인 데인(제라드 버틀러)은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는 성공한 헤드헌터다. 또한 그는 자신의 실적을 위해서 다른 구직자들의 ‘사소한’ 문제는 무시해버리는 이기적인 남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승진을 눈앞에 두고 어느 때보다 실적에 목을 매던 그에게 가슴 아픈 일이 벌어진다. 아들 라이언(맥스 젠킨스)이 급성 백혈병에 걸리고 만 것이다. 가족에게 소홀했던 자신을 뒤늦게 반성하며 아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 데인은 일만 좇았던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그리고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겼던 구직자들의 삶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돕기 시작한다.

<어카운턴트> <오자크> 등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 제작자로 활동 중인 마크 윌리엄스의 연출 데뷔작인 <타임 투게더>는 어느 나쁜 남자의 개과천선을 그린 가족 멜로드라마다. 물론 소재와 이야기는 그리 새롭지 않지만 주위 사람들을 상처 입히는 전반부의 가시 돋친 캐릭터와 후반부의 친절하고 따뜻한 인물을 동시에 연기한 제라드 버틀러의 존재는 이 영화에 흥미로운 색깔을 입힌다. 그러나 배우의 연기와는 별개로 주인공 데인의 캐릭터는 모순적인 모습으로 영화의 주제를 온전하게 전달하는 데 실패한다. 특히 실적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삶을 마음대로 망쳐왔던 주인공이 후반부로 접어들어 시치미를 떼고 이들을 도우며 마치 시혜자가 된 듯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모습은 쉽게 공감하기 힘들다. 영화는 이 과정을 감동적인 이벤트로 포장하려 하지만 실은 병 주고 약 주는 남자의 동의할 수 없는 이기적인 자기만족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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