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빙보이 인 뉴욕> 가상의 세계에서 소소한 현실의 이야기
2017-11-08
글 : 이화정

마크 웹의 세상에 ‘성장’은 꼭 필요한 요소다. <500일의 썸머>라는 현실에 발붙인 연애를 통한 성장담에서 블록버스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갔을 때도, 마크 웹 감독은 영웅 스파이더맨의 소소한 일상을 관찰하는 데 주력했다. 가상의 세계에서 소소한 현실의 이야기로 ‘컴백’한 <리빙보이 인 뉴욕> 역시 그 성장의 키워드를 나눠가진다. 뉴욕에 사는 토마스(칼럼 터너)는 “내 삶은 예측 가능한데 지루하다”는 마음으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미미(키어스 클레먼스)를 좋아하지만 미미에게 마크는 ‘뉴욕 같은 존재’다. 그들이 정의하는 ‘뉴욕’이란, 예술과 돈에서 돈이 우위를 선점한, 따분한 곳일 뿐이다.

평범했던 토마스의 세상이 ‘이야기가 되어가는 시점’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출판사 대표인 아버지 이단(피어스 브로스넌)이 조한나(케이트 베킨세일)와 불륜 관계인 걸 알게 된 그는, 조한나에게 접근하고 결국 치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정체가 궁금한 중년남자 제랄드(제프 브리지스)는 토마스가 ‘통과하는’이 막장 스토리에 관심을 보이고, 그를 향해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겹겹의 소설처럼 보이는 <리빙보이 인 뉴욕>은 그래서 거대한 도시 뉴욕을 부감으로 찍은 뒤, 숲이 울창한 센트럴파크로 카메라를 좁혀나가는 기분을 준다. 불륜과 파국의 멜로, 연이어 밝혀지는 출생의 비밀 등 다루는 이야깃감은 시궁창 같지만 토마스가 자신 앞에 놓인 ‘스토리’를 담담하게 통과해가는 정서만큼은 <500일의 썸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조셉 고든 레빗의 매력을 나눠 가진 듯한 토마스 역의 칼럼 터너가 그 담백한 톤을 완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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