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해피뻐스데이> ‘가족’이라는 범주 안
2017-11-08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어느 주택가의 한 귀퉁이를 돌면 복층 주택이 나온다. 여기에 사는 가족은 각자가 가진 개성이 또렷하다. 방에서 뒹굴거리는 상훈(박지홍)과 아현(김애진)은 살벌하게 티격태격하는 전 남매이자 현 자매 사이다. 첫째 며느리인 선영(김선영)은 집안일을 하느라 고군분투 중이다. 장을 잔뜩 봐온 그녀는 식구들에게 도움을 청하나 누구도 도울 것 같지가 않다. 위층에는 괴물처럼 변해버린 맏아들 승현(김권후)이 누워 있다. 이곳으로 형제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막내 승환(김성민)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칼을 들고 모두를 위협하고, 틱장애를 지닌 성일(이주원)은 애인 정복(장선)과 함께 집을 찾는다. 마지막으로 선영의 남편 기태(이재인)까지 등장하자, 홀연히 나타난 삼촌은 한참 궤변을 늘어놓더니 가족 구성원들의 서명을 요구한다.

가족들이 벌이는 꿍꿍이와 모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후에야 서서히 드러난다. 사회 변두리의 인물에 주목해온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가족’이라는 범주 안으로 인물들을 욱여넣는다. 정상성과 비정상성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채 그 에너지의 동력을 공동체와 죽음에 관한 사유로 끌어간다. <소통과 거짓말>(2015)에 이은 이승원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기획으로 치면 전작보다 먼저다.

<소통과 거짓말>의 첫 장면에서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준 김선영이 안정적인 연기로 무게중심을 잡는 가운데, 배우들의 개성 있는 연기가 어우러진다. 제41회 홍콩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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