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나인필름은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을 운영하면서 외화 수입·배급 및 한국영화 투자·배급까지 아우르고 있다. 엣나인필름의 주희 기획마케팅총괄이사는 “극장의 본질과 기능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2007년부터 정상진 대표와 손발을 맞춰왔다. 그의 역할은 “영화 수입·배급·마케팅, 극장 업무까지 두루 총괄”하는 전천후이다. 엣나인필름은 <날아라 펭귄>(2009)을 시작으로 <남영동1985>(2012), <공정사회>(2012), <위로공단>(2012) 등 한국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투자·배급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엔 <자백>(2016)과 <우리들>(2016)이 의미 있는 결실을 맺었고 그 여세를 몰아 올해는 <눈길> <꿈의 제인> <직지코드> <공범자들> <더 테이블> <더 플랜> <다시 태어나도 우리> <메소드>까지 무려 8편의 영화를 투자·배급했다. <남영동1985> <자백> <공범자들> 등 정치적 색채가 짙은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엣나인필름의 필모그래피는 일관성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일관성이 있다. “무엇이든 밸런스가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영화는 안 해요’ 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 정치적인 영화를 하는가 하면 말랑말랑한 영화나 제3세계 영화도 곧잘 소개한다. 해외 마켓에 가면 신인의 작품도 꼭 한편씩은 사오려고 한다.” ‘엣나인스럽다’는 표현은 “뭔가 거슬리게 하고 도발하는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에 개봉한 <메소드> 역시 그런 점에서 엣나인스러운 작품이다.
방은진 감독의 <메소드>는 엣나인필름과 채널CGV가 뜻을 합쳐 기획한 저예산영화 지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영화다. 주희 이사는 “핑크영화, 멜로영화, 호러영화, 음악영화 등 매회 특색 있는 장르영화를 선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제작사나 감독에게 수익이 많이 돌아갈 수 있는 제작 형태라는 게 좋았다”고 했다. 올해 투자·배급한 8편의 한국영화 중 주희 이사가 특히 아쉬움이 남는 영화로 꼽은 건 문창용 감독의 다큐멘터리 <다시 태어나도 우리>다. “감독님이 오랜 시간 고생해서 찍은 영화고, 해외 영화제에서의 반응도 좋았고, 영화를 본 관객의 만족도도 높았는데 추석 시즌에 개봉했더니 결과가 처참했다. 그래서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드는 작품이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 없는 “단순 영화 유통업자가 되기는 싫다”는 그는 그렇게 작품 하나하나에 마음을 쏟는다.
드라마 <호랑이 선생님>(1981~86)에 출연하며 아역배우로도 활동했던 주희 이사의 예전 꿈은 극장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일본에서 10년 넘게 영화 공부를 한 이력을 살려, 한국의 영화를 일본에 소개하는 일을 실제로 준비 중에 있다. “일본에 가서 제대로 극장을 돌아야 할 텐데, 이렇게 준비 중인 영화가 많으니 시간이 나질 않는다. (웃음) 그래도 곧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종이 다이어리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뭔가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일단 써놓고 봐야 안심이 된다.” 영화 마케팅 아이디어부터 직원들 지시사항까지 머릿속에서 휘발되기 전에 다이어리에 쓰고 봐야 한다는 주희 이사는 “아직은 휴대폰의 메모장보다 종이 다이어리가 편하다”고 했다. 글씨를 쓸 땐 만년필 사용도 즐긴다.
2007년~현재 엣나인필름 기획마케팅총괄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