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독자에게]
[주성철 편집장] 불면의 밤을 약속하는 미드들, <마인드헌터>와 사이코패스
2017-11-10
글 : 주성철

이번호 특집은 TV로 간 감독들, 그러니까 할리우드 감독들의 드라마 진출에 대한 보고서다. 그런 경향을 ‘외유’라고 생각하던 때를 지나, 이제 그들 각자의 개성을 한편의 영화가 서사 전개에 있어 지닌 치명적인 제약, 바로 그 상영시간의 제한 없이 무한대로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리들리 스콧의 <타부>와 데이비드 핀처의 <마인드헌터>부터 의외의 명단인 우디 앨런의 <크라이시스 인 식스 인>과 파올로 소렌티노의 <영 포프>에 이르기까지, ‘불면의 밤’을 권하는 흥미로운 프로젝트들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봤던 미국 드라마는 넷플릭스의 <마인드헌터>다. 데이비드 핀처는 앞서 <하우스 오브 카드>로 변함없는 연출력을 과시한 바 있지만, 역시 그의 장기는 <세븐>(1995)과 <조디악>(2007)을 떠올려보면 알 수 있듯 사이코패스를 다룰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마인드헌터>는 FBI 엘리트 연쇄 범죄 수사팀 요원이 프로파일링 기법을 이용하여 악명 높은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을 추적하는 이야기로, <양들의 침묵>(1991)의 실제 모델인 FBI 요원 존 더글러스의 회고록 <마인드헌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부터, 각각 한국과 할리우드의 어딘가 기념비적인(?) 사이코패스 영화를 소개하고 싶다. 한국영화의 사이코패스 하면 신태라 감독, 황정민 주연의 <검은 집>(2007)이 떠오른다(원작자인 기시 유스케의 또 다른 사이코패스 작품 <악의 교전> 역시 영화화됐다). 물론 이전에도 <공공의 적>(2002)의 조규환(이성재)처럼 사이코패스 캐릭터가 있긴 했으나, <검은 집>은 홍보용 보도자료에 ‘사이코패스’라는 단어가 공식적으로 처음 등장했던 한국영화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이코패스라는 생소한 개념을 한국에 처음 본격적으로 소개한다는 자부심에 찬 것인지, 영화 속 교수(이해영)가 “사이코패스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중략) 저는 병으로 봅니다”라며 마치 PPL처럼 ‘사이코패스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이라는 자신의 논문을 수줍게 건네기도 한다.

또 다른 할리우드의 작품 중에서는, 국내 미개봉작이자 매컬리 컬킨이 가장 나이 어린 사이코패스로 출연한 <좋은 아들>(1993)이다. 매컬리 컬킨(1980년생)과 1년 터울인 일라이저 우드(1981년생)의 귀여운 모습까지 볼 수 있다. 왠지 <헨리: 연쇄살인범의 초상>(1986)을 떠오르게 하는 이름의 헨리(매컬리 컬킨)는 자신을 쫓아와 물려고 했던 개를, 못을 총처럼 쏴서 죽이고, 사람 크기의 인형을 만들어 도로 위에 내던져 달려오던 차들이 10중 추돌사고를 일으키게 만들며, 급기야 함께 스케이트를 타던 여동생을 살얼음판으로 밀어버려 죽이려 한다. 그럼에도 그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어린아이의 순진한 얼굴로 그 누구도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왠지 <나 홀로 집에>(1990) 시리즈 이후 그의 급격한 추락과 역변에는 이 작품에서 보여준 깊은 메소드 연기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기서 그는 굉장히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다. 아무튼 10여년 만에 다시 영화 출연을 시작한 그의 행보를 지켜보려고 한다.

다시 <마인드헌터>로 돌아와, 데이비드 핀처는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지난 <세븐>의 마지막 장면을, 헤밍웨이를 인용하며 서머셋 형사(모건 프리먼)의 다음과 같은 내레이션으로 마무리했다. “세상은 멋진 곳이고 싸워서 지킬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마인드헌터>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영화와 TV 사이, 결국 감독들은 언제나 흥미롭고 변함없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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