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꾼> 배성우·안세하 - 호흡이 끝내줍니다
2017-11-14
글 : 김성훈
사진 : 오계옥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챙기는 모습이 우애 좋은 형제 같다. 배성우는 말수 적은 안세하가 한마디라도 더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안세하는 선배 배성우가 하는 말을 경청한다. 충무로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배성우와 달리 여러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서사를 이끌어간 영화가 이번이 처음인 안세하는 촬영현장에서 배성우가 많이 챙겨줬다고 고백했다. “남자배우 중에서 막내고, 숫기가 없어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만큼 조심스러웠는데 선배(배성우) 옆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웃게 된다. 덕분에 긴장하지 않은 채 곧바로 슛에 들어갈 수 있어 연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는 게 안세하의 회상이다.

<꾼>에서 배성우, 안세하가 각각 연기한 고석동과 김 과장은 한배를 탄 사기꾼들이다. 춘자(나나)와 함께 박희수 검사(유지태)의 비선 수사팀에 소속된 둘은 박 검사의 지시를 받으며 사기꾼 장두칠을 추적한다. 고석동은 말로 상대의 혼을 쏙 빼놓는 데 일가견이 있고, 박 검사의 손발이 되어 직접 뛰어다닐 만큼 인정을 받는 사기꾼이다. 유쾌하고 활달한 겉만 보면 사기꾼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나 볼 법한 캐릭터이지만 속은 도통 알 수가 없다. 축구로 치면 상대 진영을 깊숙이 파고들어 공격의 활로를 뚫는 처진 스트라이커라고나 할까. 배성우는 고석동을 “모든 인물과 연결되어 있어 인물들의 관계와 비즈니스 그리고 사건의 키를 쥔 인물”이라고 소개하며 “무엇보다 관객에게 고석동의 속내를 감추기 위한 전략으로 그간 이런저런 캐릭터를 연기하며 보여준 카드들을 다시 끄집어내야 했다”고 설명했다. 전작에서도 보여준 바 있는 배성우 특유의 설레발은 사기꾼 고석동의 전략인 동시에 배성우가 고석동의 속내를 감추기 위해 활용한 장치이기도 한 셈이다.

김 과장은 비선 수사팀의 ‘작업’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해커다. 안세하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김 과장을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고, “평소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해 출연을 결정했다. 상대와 두뇌싸움을 해야 하는 범죄 장르에서 해커는 배우의 역량에 따라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2015)의 벤지(사이그 페그)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는 동시에 사건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갑자기 등장해 문제를 해결하는 기능적인 역할에 머무르는 한계도 있다. 안세하가 “전형적이지 않은 해커를 그리고 싶다”고 고민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보통 영화에서 해커를 ‘오타쿠’처럼 특정 분야에 빠져 있고, 사회생활을 잘 못하는 사람으로 그려내지 않나. 주로 말을 하고 외양이 평범해도 오타쿠 같은 느낌으로 보이지 말자는 목표를 세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러 캐릭터들이 한꺼번에 등장해 서사를 이끌어가는 범죄 장르는 아귀가 맞는 범위 안에서 대사나 행동이 일상적으로 보여야 하는 게 관건이다. 배성우는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인데 대본에 있는 대사 외에 애드리브를 하지 않는다. 상황이 촘촘하게 맞아떨어져야 하는 이야기인 까닭에 대사의 뉘앙스나 말투를 연출의 의도에 맞게 하려고 신경 써야 했다”고 말했다. 안세하 또한 “김 과장의 일차적인 목표는 대사 전달을 잘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선배들의 호흡에 따라 맞춰가기로 했다”고 한다.

배성우는 현재 <안시성>(감독 김광식)에서 추수지 역할을 맡아 촬영 중이다. “안시성주 양만춘 장군(조인성)의 측근으로 잔뼈가 굵은 인물”이라고 한다. 얼마 전 <더 킹>의 양동철 검사로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그는 “학창 시절 상을 받아본 적이 없어 더욱 감사했다. 생각보다 트로피가 무겁더라. (웃음) 스스로 부끄럽지 않도록 더욱 나아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안세하는 현재 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에서 정우성 역할을 맡고 있다. <소원>(2013),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2016), <원라인>(2017) 등 여러 영화에서 얼굴을 내밀었던 그에게 <꾼>은 “여러 배우들과 함께 서사를 이끌어간 까닭에 꿈같은 작업”이었다. “드라마는 일정이 빡빡해 촬영이 끝난 뒤 동료들과 함께 술 마시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번 영화는 서로의 생각을 함께 나눌 수 있어 행복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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