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7호실> 닫아야 사는 사장 vs 열어야 사는 알바생
2017-11-15
글 : 김성훈

한때는 화려했지만 지금은 유동인구가 적은 상권. 두식(신하균)은 이곳에서 DVD방을 운영하는 사장이다. 매일 한두 커플만 찾는 정도라 몇달째 전기세를 못 낸 채 파리만 날리고 있다. 태정(도경수)은 혼자서 음악을 공부하며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두식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두식에게 몇달째 월급을 못 받고 있다. 두식은 하루라도 빨리 가게를 넘기고 싶어 하지만 아무도 낡은 가게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태정은 어떤 사건에 엮이면서 어떤 물건을 DVD방 7호실에 숨긴다. 두식은 중국 동포 출신인 한욱(김동영)을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한다. 어느 날 DVD방에 어떤 사고가 일어나고, 두식은 그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7호실에 무언가를 숨긴다. 졸지에 7호실에는 두식과 태정의 각기 다른 비밀이 공존하게 된다.

전작 <10분>(2013)에서 청년세대의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 드라마로 풀어냈던 이용승 감독의 신작 <7호실>은 자영업자의 분투기와 난민이나 마찬가지인 청년세대를 함께 그린 스릴러다. 자영업자 두식과 청년세대 아르바이트생 태정, 그처럼 힘겨운 ‘을’의 삶을 살고 있는 두 남자가 7호실을 가운데에 두고 서로의 비밀을 들키지 않으려고 사투를 벌이는 풍경은 불평등한 현재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고 씁쓸하다. 신하균은 돈 때문에 매사가 신경질적인 두식을 섬세하게 연기하며 극을 이끌어간다. 도경수는 돈은 없어도 눈빛 하나는 살아 있는 태정을 체계적으로 구축해낸다. 중국 동포를 주로 폭력적으로 묘사해온 그간의 한국영화와 달리 김동영이 연기한 한욱이 정감 있는 남자로 묘사된 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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