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미스테리어스 스킨> 성폭력은 어떻게 피해자에게 각인되는가.
2017-11-22
글 : 이화정

성폭력은 어떻게 피해자에게 각인되는가. <미스테리어스 스킨>은 미국의 작은 소도시 허친슨에서 8살 어린 나이에, 야구부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한 두 소년의 ‘잃어버린 시간’을 추적해 끝끝내 고통의 근원과 마주하는 영화다. 18살 브라이언(브래디 코베)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작은 구멍이 있다. 그는 사라진 시간의 단서를 UFO와 에일리언의 존재에 대한 탐닉으로 꿰어맞춰나간다. 브라이언과 같은 경험을 한 닐(조셉 고든 레빗)의 시간은 전혀 다르게 흐른다. 그는 성인 남자들에게 몸을 팔며 하루하루를 탕진한다. 자신만만해하는 그를 두고 친구는 ‘심장 대신 깊은 블랙홀을 가진 아이’라며 그의 어둠을 명명한다. 둘 모두 페도폴리아, 소아성애자인 코치에게 기억을 ‘납치당한’ 피해자다. 닐이 애써 그 잘못된 행각을 ‘자신만을 향한 특별한 사랑’이라고 기억하든, 브라이언이 외계인에게 납치됐던 거라고 믿고 있든, 어느 쪽이든 둘 모두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찾은 결과일 뿐이다. 영화는 두 소년이 만나기까지 통과해야 할 아픈 시간들을 미국 소도시의 사실적 공기에 그렉 아라키 감독 특유의 몽환적 묘사를 녹여내, 상처받은 두 소년의 심리에 기어코 가닿는다.

미국 독립영화의 악동이라 불리던 그렉 아라키 감독이 스콧 하임의 동명의 원작 <미스테리어스 스킨>을 영화화한 작품. 북미 개봉 당시 평론가인 고 로저 에버트는 이 작품을 두고 “아동학대에 대한 가장 괴롭고 이상한 동시에 가장 감동적인 영화”라고 폄했다. 확실히 <둠 제너레이션>(1995), <어디에도 없는 영화>(1997), <미스테리어스 스킨>의 차기작인 <스마일리 페이스>(2007) 등에서조차 독특하고 재기발랄한 톤에 더 가까웠던 연출에 비하자면, 이 영화가 가진 연출적 깊이는 남다르다. 파격적인 묘사로 2004년 제작 당시 한국에서는 극장 개봉을 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남겼지만, 신예 조셉 고든 레빗의 팬층을 확보하며 그의 전작까지 찾아보게 만든, 한 배우의 탄생에 절대적인 인장을 새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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