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꾼> 고아모 편집감독 - 끝까지 몰입하게 만들겠다
2017-11-23
글 : 이주현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신인감독이 연출하는 제작비 50억원대의 상업영화에 신인 편집감독이 합류하는 일은 요즘 현장에서 보기 드물다. 장창원 감독이 끝까지 나를 믿어줬다.” <꾼>은 고아모 편집감독의 입봉작이다(<여배우들> <그대를 사랑합니다> 때는 공동편집으로 크레딧이 올라갔다). 장창원 감독과는 <반가운 살인자>의 조감독과 현장편집으로 처음 만났고, 이후 돈독한 친구 사이가 됐다. 장창원 감독이 <꾼>의 시나리오 초고를 제일 먼저 보여준 사람도 고아모 편집감독이었는데, 고아모 편집감독은 “이 정도 완성도의 초고라면 당장 영화사에 돌려도 되겠다”고 슬쩍 등 떠밀어준 장본인이다. 그렇게 <꾼>의 시작을 함께한 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꾼> 촬영을 앞두고는 창업자금 대출을 받아 편집실도 차렸다. “그때 나름 시장조사라는 걸 해봤다. 2015년 개봉영화 중 스크린 100개 이상 걸린 한국영화의 편집감독 목록을 정리했는데, 그중 1년에 3편 이상 쉬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 10명도 안 되더라.” 그렇게 빡빡한 시장에 깃발을 하나 꽂았으니 “미친 짓”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실력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다행히 <꾼>은 자신의 역량을 선보일 지점이 많은 영화였다. 사기꾼을 상대로 사기치는 사기꾼이 주인공인 <꾼>은 크고 작은 반전이 많은 영화다. 반전의 재미를 증폭시키는 데 편집의 역할은 지대할 수밖에 없다. “반전을 나열식으로 반복해서 보여주면 관객도 내성이 생겨서 영화와 거리를 두게 된다. 잘못된 반전영화들을 선례 삼아 어떻게 끝까지 관객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할까 고민을 했다. 결국 관객이 주인공을 응원하도록 만드는 게 가장 좋은 형태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더라.”

고아모 편집감독은 <고고70>을 시작으로 <평양성>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해적: 바다로 간 산적> <가려진 시간> 등 현장편집으로 오래 경력을 쌓았다. “현장편집을 하면 감독님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 그 대화의 시간들이 결국 지금의 편집 일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지금도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준” 이준익 감독을 “영화적, 인간적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 현재는 최재훈 연출, 장혁 주연의 <검객>을 편집 중이다. 이번에도 신인감독과의 만남이다. “요즘 현장에선 돈과 시간의 제약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개진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시간이 곧 돈이라 ‘빨리’ 잘 찍어내야 하는 환경이다. 그러니 신인들을 부담스러워하고, 신인들도 스스로 부담을 갖게 된다.” 건강한 영화생태계를 고민하는 그가 머지않아 편집의 ‘꾼’이 되어 있길 바란다.

피아노

고아모 편집감독은 <꾼> 작업을 하면서 피아노를 장만했다. “영화라는 게 공동작업이다보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가 없다. 그걸 어떻게 풀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취미생활을 가져보면 좋겠다 싶어서 20년 만에 피아노를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피아노 실력은? “아직은 남들 앞에서 치기는 부끄러운 정도? (웃음)”

편집 2017 <꾼> 2010 <그대를 사랑합니다>(공동편집) 2009 <여배우들>(공동편집) 현장편집 2016 <가려진 시간> 2015 <히말라야> <검사외전> <사도> 2014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두근두근 내 인생> 2013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소원> 2011 <평양성> 2008 <고고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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