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와 <씨네21>은 저예산 예술·독립영화의 재미와 가치를 환기시키고 디지털 온라인 수익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히든픽처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술·독립영화로 인정을 받은 순제작비 10억원 미만의 한국영화 중 IPTV, 디지털 VOD 배급작에 한해 히든픽처스를 선정해 각 영화의 온라인 유통 마케팅을 지원한다. <씨네21>은 이들 작품 중 일부를 선별해 해당 영화의 감독과 배우, 그리고 평론가와 방송인 등이 출연하는 홍보영상을 만들거나 감독 및 배우와의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해 관객과의 소통도 시도하고 있다.
10월의 히든픽처스로는 <사월의 끝> <안녕 히어로> <저수지 게임> <소나기> <더 테이블> <시인의 사랑> 이상 6편이 선정됐다. 김광복 감독의 장편 데뷔작 <사월의 끝>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 현진이 낡은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좇아가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비밀스런 분위기와 공포감을 조성하는 연출력으로, 저예산 장르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주인공 현진을 연기한 배우 박지수는 이 작품으로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영희 감독의 <안녕 히어로>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로 7년 넘게 복직 투쟁을 해온 김정운씨 가족의 일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김정운씨의 아들인 현우의 시선을 통해 이 땅의 노동, 해고, 투쟁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장래희망란에 CEO라고 적었던 초등학생 현우가 부조리한 세상에 맨몸으로 맞선 아버지가 진짜 히어로였음을 깨닫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최진성 감독의 <저수지 게임>은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담은 스릴 넘치는 다큐멘터리다. 5년간 MB의 비자금을 추적해온 탐사보도 전문기자 혹은 ‘악마기자’ 주진우의 집념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으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기획·제작했다. 안재훈 감독의 <소나기>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연필로 명상하기’가 선보이는 한국 단편문학 애니메이션 시리즈 중 한편이다.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2014)을 통해 한국 단편문학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되살린 안재훈 감독은 이번에도 황순원 작가의 원작 소설 <소나기>를 한폭의 수채화처럼 스크린에 그려낸다. 김종관 감독의 <더 테이블>은 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에 하루 동안 머물다간 네개의 인연을 보여준다. <폴라로이드 작동법>(2004), <최악의 하루>(2016) 등으로 호흡을 맞춘 정유미와 한예리 그리고 정은채와 임수정 네 배우의 감성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시인의 사랑>은 제주에서 활동 중인 김양희 감독이 제주를 배경으로 찍은 장편 데뷔작이다. 시 쓰는 일 외에는 아무런 욕망이 없는 제주도의 시인 택기에게 느닷없이 찾아온 특별한 사랑을 귀엽게 그린 작품이다. 무욕의 시인으로 변신한 양익준과 시인 택기에게 삶의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아내 역의 전혜진, 택기에게 특별한 감정을 안겨주는 청년 역의 정가람, 세 배우의 활약이 빛나는 영화다.
11월의 히든픽처스로는 <여배우는 오늘도> <땐뽀걸즈> <다시 태어나도 우리> <분장> <소년> 이상 5편이 선정됐다. 배우 문소리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하고, 주연까지 맡은 <여배우는 오늘도>는 일상의 문소리, 여배우 문소리, 워킹맘 문소리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픽션이다. 문소리라는 인물로 대변되는 ‘여배우’의 이야기를 창조한 문소리 감독은 여배우로 살아가는 것의 힘듦을 유머로 승화시킨다. 배우 문소리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는 작품이자 감독 문소리의 앞날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승문 감독의 <땐뽀걸즈>는 당장의 취업보다 방과후 ‘땐스스뽀츠’가 더 좋은 거제여상 학생들과 이규호 선생님의 얘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시름을 잊고 즐겁게 춤을 추는 열여덟 소녀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솟고, 학생들에게 헌신적인 선생님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문창용 감독의 다큐멘터리 <다시 태어나도 우리>에도 애틋한 스승과 제자가 등장한다. 인도 라다크 지역에 사는 9살 린포체(티베트 고승이 환생한 존재) 앙뚜와 앙뚜를 헌신적으로 모시는 노승 우르갼의 특별한 관계를 그린 이 작품은 가혹한 운명을 묵묵히 헤쳐가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담아낸다.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 대상 등 다수의 해외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분장>은 남연우 감독이 연출하고 주연까지 맡은 극영화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트랜스젠더 역을 따낸 무명배우 송준이 성소수자의 삶을 이해한다고 믿었던 자신의 위선을 마주하는 이야기로, <가시꽃>(2012)으로 제1회 들꽃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남연우의 첫 영화 연출작이다. 김현승 감독의 데뷔작 <소년>은 어머니의 투병에도 힘든 내색 없이 묵묵하던 고등학생 세준이 절친 진영의 여자친구 수경을 짝사랑하던 마음을 들키면서 시작되는 방황과 성장통을 그린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소년의 세계, 고요해 보이지만 소용돌이치고 있는 소년의 세계를 영화는 한폭의 정물화처럼 표현한다. 2015년 전주국제영화제 CGV아트하우스 창작지원상 수상작이다.
배우이면서 감독인 올스타 플레이어의 활약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도 있고, 신인감독의 뚝심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도 있고, 다양한 소재와 스타일의 한국 다큐멘터리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신이 놓친 숨은 보석 같은 히든픽처스를 IPTV, 디지털 VOD 등 다채로운 창구에서 만나보자. 당신만의 히든픽처스도 ‘PICK’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