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톰보이 리벤저>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킬러의 이야기
2017-11-29
글 : 김현수

성전환 수술을 한 킬러 프랭크(미셸 로드리게즈)가 자신의 삶을 뿌리째 흔들어버린 상대를 향해 복수를 다짐하는 이야기. <에이리언> 시리즈의 제작자이자 과거에 <48시간>(1982), <레드 히트>(1988) 등의 히트작을 발표했던 월터 힐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도맡아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킬러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주인공 프랭크는 자기 인생에서 성별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냉혈한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술과 오늘의 타깃 그리고 성공에 따른 두둑한 보수가 있을 뿐이다. 어느 날 프랭크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일을 마치고 집으로 찾아온 의뢰인에게 문을 열어준 뒤 기억을 잃고 쓰러지고 만다. 영화는 프랭크가 갑자기 눈을 떠보니 처참한 몰골을 한 채 여자로 변해 깨어난 것을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아본 적 없어 모든게 서툴기만 한 프랭크는 속옷 입는 것에서부터 신발 신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 프랭크는 이제 여자가 되어 자신에게 남자의 삶을 되돌려줄 의사이자 자신을 망가뜨린 장본인을 찾아나선다.

영화 초반, 얼굴과 몸에 이상한 보형물을 집어넣고 잠깐 동안 남자의 성을 지닌 프랭크를 연기한 미셸 로드리게즈는 영화 내내 터프한 액션과 감정 연기를 모두 소화한다. 목소리를 딱히 변조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중성적인 매력이 묻어나오는 그녀보다 프랭크를 제대로 연기할 배우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미셸 로드리게즈에 잘 맞는 역할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힘겹게 싸워 결국 최종 보스의 눈앞에 이르게 되는 과정 뒤에는 ‘리벤저’다운 반전도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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