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반드시 잡는다> 젊지도, 능숙하지도 않은 둘의 조합
2017-11-29
글 : 이화정

지방 소도시. 낡은 아리연립맨션은 70대 노인이자 동네 터줏대감 심덕수(백윤식)의 관할이다. 아침마다 세입자들에게 “월세 내놔”로 하루를 시작하는 덕수. 사람들은 그를 ‘심술궂은 영감탱이’라 손가락질하지만 덕수는 주변의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다. 하지만 맨션에서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덕수의 안온했던 일상은 파괴된다. 죽은 희생자의 옛 동료라면서 나타난 형사 박평달(성동일)은, 사건이 30년 전 미제사건과 똑같은 유형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납치된 205호 세입자 지은(김혜인)을 함께 찾자고 덕수를 설득한다.

제피가루의 웹툰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가 원작으로, 영화는 미제사건을 추적하는 두 콤비의 활약을 그린다. 젊지도, 능숙하지도 않은 둘의 조합이 때로 코믹하게, 때로 훈훈하게 불러일으키는 케미스트리가 꽤 흥미롭다. 계단 추격전에서는 “염병, 힘들어죽겠어”라고 아픈 다리를 끌고 가고, 액션 신에서는 화려한 발차기를 보여주는 대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필요형 액션’을 선보인다. 휴먼드라마로 소비되던 노년층이 아집 대신 변화를 수용하고, 사건 해결에 앞장서는 능동적인 캐릭터로 묘사된다는 점이 극적 재미.

후반부 거듭되는 반전장치가 주는 피로감과 다소 설명이 부족한 인과관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가진 매력은 풍부하다. 특히 가상의 소도시 아리동을 구현한 목포 로케이션과 오래된 연립주택의 미술적 구현, 부감으로 훑어나가는 촬영 등의 색다르고 감각 있는 묘사가 인상적이다. 백윤식, 성동일, 천호진 세 배우가 극의 전체를 관통하는 노련한 연기로 이 설정을 탄탄하게 뒷받침한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