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무서운 꿈> 인간이 잠을 자기 시작하면서 악마가 태어났다
2017-12-13
글 : 박지훈 (영화평론가)

수면장애 전문의 앨리스(매기 큐)에게 아이의 가위눌림을 호소하는 모건 가족이 찾아온다. 앨리스는 아이뿐 아니라 부모까지 모두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이 가족의 수면을 관찰하는데, 남자아이에게 가위눌림이 나타남과 동시에 다른 가족에게 몽유병 증세가 나타난다. 앨리스는 가족을 깨우러 가지만 아이의 아버지 찰리(샘 트로턴)는 잠에서 깨지 않은 상태로 앨리스의 목을 조르고, 경찰에 체포된다. 이들로 인해 앨리스는 유년 시절 몽유병 증상을 보이다 창문에서 추락사한 오빠를 떠올리게 되고 괴로워한다. 한편 다음날 밤, 엄마와 아이들만이 남은 모건 가족에게 다시 가위눌림과 몽유병이 시작되고 어린 딸아이는 몽유병 상태에서 키우던 개를 무참히 살해한다.

악령이 한 아이의 육체를 직접적으로 괴롭히고, 나머지 가족의 정신을 조종한다는 설정이다. <나이트메어>(1984), <엑소시스트>(1973), <인시디어스>(2010)를 한편에 모아놓은 듯하다. <파라노말 액티비티>(2007)도 언뜻 보인다. 소재와 전개, 그리고 신까지 여러 공포영화와의 유사성이 발견되는데, 오컬트영화의 장르 특성을 감안해도 차용이 지나치게 많아 보인다. 그래도 중반부까지는 미지의 타자로서 악령이 주는 공포와 가족의 폐쇄성에서 오는 공포가 공존하며, 무서운 장면들을 효과적으로 배치해서 영화의 긴장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다. 문제는 중반부 이후부터다. 악령의 정체를 밝히는 데 관심이 없기에 악령은 마치 역병처럼 존재할 뿐이고, 반복되는 장면들은 더이상 공포를 일으키지 않는다. 개연성이 없는 전개와 꿈이라는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