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12월의 히든픽처스
2017-12-25
글 : 이주현
올해가 가기 전에...
<김광석>

<김광석> <그리다> <미스 프레지던트> <폭력의 씨앗> <내 친구 정일우> 이상 5편이 12월의 히든픽처스로 선정됐다. 히든픽처스는 영화진흥위원회와 <씨네21>이 저예산 예술·독립영화의 재미와 가치를 환기시키고 디지털 온라인 수익 향상을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예술·독립영화로 인정을 받은 순제작비 10억원 미만의 한국영화 중 IPTV, 디지털 VOD 배급작에 한해 매달 히든픽처스를 선정해 각 영화의 온라인 유통 마케팅을 지원한다. <씨네21>은 이들 작품 중 일부를 선별해 해당 영화의 감독과 배우 그리고 평론가와 방송인 등이 출연하는 홍보영상을 만들거나 감독 및 배우와의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해 관객과의 소통도 시도하고 있다.

<그리다> 중 <림돔미>

현실을 담았다

12월의 히든픽처스 중 한편인 <김광석>은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사랑했지만> <일어나> 등 수많은 명곡을 남긴 채 일찍 세상을 뜬 가수 고 김광석의 삶과 죽음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다이빙벨>(2014)을 만든 이상호 감독은 <김광석>에서 김광석의 음악적 자취뿐 아니라 죽음에 대한 의혹을 진지하게 제기한다. 1996년 1월 6일 김광석이 사망한 이후 20년 넘도록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죽음의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이상호 감독은 기자 시절의 취재수첩을 꺼내든다. 결과적으로 <김광석>은 음악 다큐멘터리와 시사보도 다큐멘터리와 사적 다큐멘터리의 중간 어느 지점에 놓인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더불어 21년 전의 죽음을 현재진행형의 사건으로 불러내며 현실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그리다>는 분단과 이산의 문제를 다룬 3편의 영화를 엮은 옴니버스영화다. 한국에서 새롭게 가정을 꾸리고 살았지만 평생을 북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다 돌아간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는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장호준 감독의 <평양냉면>. 이산가족찾기 프로젝트 촬영을 맡은 상경이 1·4후퇴 직후 헤어진 남편을 찾는 할머니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헤어진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돌아보는 이야기인 이인의 감독의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 어린 시절 탈북해 남한에서 어른이 된 서른살 동미와 북에 두고 온 아버지와의 만남을 그린 박재영 감독의 <림동미>. 이상 세편이 모두 분단체제에 의해 아파하는 개인들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다.

<미스 프레지던트>

<미스 프레지던트>는 <트루맛쇼>(2011), <MB의 추억>(2012), <쿼바디스>(2014) 등으로 통렬한 풍자정신을 보여준 김재환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다. 이전 영화들과 달리 <미스 프레지던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경험하면서 상실감과 혼란을 겪는 박정희 세대 인물들의 이야기를 차분히 보여준다. 매일 아침 의관을 정제한 채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에 절을 하고 국민교육헌장을 암송하는 청주에 사는 농부 조육형씨,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이야기만 나오면 두눈에 눈물이 고이는 울산에 사는 김종효씨 부부의 이야기가 영화의 중심에 놓인다. 박정희· 박근혜 부녀의 신화는 21세기에 어떤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신화는 어떻게 종언을 고하게 될 것인지, 한강의 기적과 촛불의 기적은 어떻게 만나는지 확인할 수 있다.

<폭력의 씨앗>

탄탄한 스토리텔링

<폭력의 씨앗>은 폭력이 인간의 내면에 어떻게 스며드는지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보여주는 임태규 감독의 인상적인 데뷔작이다. 군 복무 중인 주용(이가섭)은 단체 외박을 나온다. 하지만 누군가 선임병의 폭행을 간부에게 폭로하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선임병은 고발자를 찾기 위해 폭력을 행사한다. 이 과정에서 주용의 후임병인 필립의 이빨이 부러지는데, 치과 의사인 매형을 찾아간 곳에서 주용은 새로운 폭력을 마주한다. 군대폭력과 가정폭력을 직시하면서, 폭력이 새로운 폭력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집요하게 그려내는 작품이다. 임태규 감독의 연출력은 물론 이가섭 배우의 연기 또한 돋보였던 작품이다. 2017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대상 및 CGV아트하우스상 수상작이다.

<내 친구 정일우>

<내 친구 정일우>는 한국 다큐멘터리의 기념비적 작품인 <상계동 올림픽>(1988), 비전향 장기수 이야기를 그린 <송환>(2003)을 만든 김동원 감독의 9년 만의 신작 다큐멘터리다. 평생 한국사회의 가난한 이들의 친구로 살았던 파란 눈의 신부, 고 정일우 신부의 삶을 돌아보는 작품이다. 장난치길 좋아했던 개구쟁이였고, 정겹고 소탈한 이웃이었으며, 청계천, 양평, 상계동 등지에서 철거민들과 공동체를 꾸리고 “이 나라의 희망은 가난뱅이뿐”이라 했던 정일우 신부의 모습들이 영화 내내 벅찬 감동을 안겨준다. <상계동 올림픽>을 찍으며 정일우 신부와 인연을 맺은 김동원 감독은 우정과 애정어린 시선으로 그의 생전 모습을 뜻깊게 회고한다.

앞서 10월의 히든픽처스로는 김광복 감독의 <사월의 끝>, 한영희 감독의 <안녕 히어로>, 최진성 감독의 <저수지 게임>, 안재훈 감독의 <소나기>, 김종관 감독의 <더 테이블>, 김양희 감독의 <시인의 사랑> 이상 6편이 선정됐다. 11월의 히든픽처스로는 문소리 감독의 <여배우는 오늘도>, 이승문 감독의 <땐뽀걸즈>, 문창용 감독의 <다시 태어나도 우리>, 남연우 감독의 <분장>, 김현승 감독의 <소년> 이상 5편이 선정됐다. 모두 2017년 한국독립·예술영화계를 풍성하게 살찌운 작품들이다. 더불어 이 작품들은 IPTV, 디지털 VOD 등 다채로운 창구에서 더 많은 관객을 만나길 희망하고 있다. 12월의 히든픽처스까지, 올해의 보석같은 작품들을 놓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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