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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 신데렐라> 마리노 구아르니에리 감독 - 현실과 맞추다보니 결혼하지 않는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2017-12-28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동화 <신데렐라>의 다른 버전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꽤 있다. 그러나 원작의 배경이 이탈리아 나폴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애니메이션 <가타 신데렐라>(2017)는 원작의 도시 나폴리에서 전해온 <신데렐라> 업데이트 버전이다. 직역하면 ‘고양이 신데렐라’라는 뜻이다. 쇠락해가는 디스토피아로 묘사된 극중 나폴리와 재투성이 공주 신데렐라 이야기는 뗄 수 없는 연관성을 지닌 채 애상적인 노랫말을 타고 흘러나온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2017 ‘베니스 인 서울’ 영화제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마리노 구아르니에리 감독을 만나 주로 서사와 캐릭터의 창조와 해석에 관해 물었다.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펜타메론>에 기초한 로베르토 데 시모네의 희곡이 원작이다. <신데렐라> 스토리의 재해석이자 관객에게 잊힌 원전을 소개하는 역할도 한다고 여겨진다.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테마는 결혼이다. 결혼은 사회적인 구원이자 생존을 나타낸다. 원작에는 왕권제와 군주제가 강하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상황과 차이는 있지만, 그 안에 있는 유효한 테마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바실레 원작은 신데렐라가 계모의 목을 잘라서 죽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샤를 페로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경우 신데렐라가 순수하며 용서하고 인내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반면 바실레의 신데렐라는 좀더 능동적이고 인간적인 측면이 있고 어두운 측면과 밝은 면을 동시에 지닌다. 언니가 6명으로 설정된 것도 바실레 원작에서 가져온 것이다.

-원전에서 재해석하고 싶었던 부분은 무엇인가.

=원작의 마술적인 행위에 해당하는 것들을 테크놀로지로 재해석했다. 또 다른 중요한 지점은 계모의 역할인데, 그녀가 이번 작품에서는 완전한 희생양으로 그려진다.

-계모 안젤리카의 외모가 의붓딸 미아보다 전통적인 신데렐라의 외모에 가까워 보였다. 의도적인 전환인 건가.

=안젤리카는 남자 없이 15년간 모든 상황을 지탱하며 살아온 강하고 능동적인 인물인 동시에 사랑의 희생자다. 인생을 바꾸기 위해 자신을 사랑한 남자를 배신하고 마약 밀수업자인 살바토레를 선택하지만, 결국에는 원래 의도했던 생각들이 물거품이 되고 아무런 희망이 없는 상태로 남겨진다. 허영심을 상징하며 사랑과 고통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캐릭터를 그릴 때 막연히 그리는 것보다 누군가를 모델로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안젤리카의 경우는 그레이스 켈리를 모델로 삼았다. 물론 바탕으로 삼은 것일 뿐, 안젤리카와 그레이스 켈리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왜 그레이스 켈리였나.

=그레이스 켈리는 영원한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존재다. 배우에서 공주가 된 그레이스 켈리가 평범한 이가 귀족이 되는 이야기에 걸맞은 실존 인물처럼 느껴졌다. 계모는 원래 가난한 매춘부로 그녀가 낳은 딸들의 아버지는 모두 다른 사람이다. 그레이스 켈리와 안젤리카는 다른 점이 많지만, 신분 상승의 측면에서 비슷하다고 느꼈다.

-안젤리카에 관한 설명이 묘하게 신데렐라 캐릭터와 겹친다.

=신데렐라가 공주가 되는 이야기보다 덜 알려지긴 했지만, 계모 역시 바느질하며 지내다가 돈 많은 상인인 신데렐라의 아버지와 결혼하면서 귀족이 된다. <가타 신데렐라>에서 신데렐라는 기존 캐릭터와 차별된다. 보디가드 출신의 경찰 제미토가 왕자를 대신하는 인물이라고 할 텐데, 그는 미아와 결혼하지 않을뿐더러 미아를 구하는 것도 아니다. 미아는 마치 야생 고양이처럼 혼자서 위험을 넘고 스스로 살아간다. 미아는 유리구두를 신지 않을뿐더러 구두를 가져다주는 건 왕자가 아니다. 유리구두보다 중요한 건 어렸을 적 신던 작은 신발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부각했다.

-왜 결혼하지 않는 신데렐라를 만들고 싶었나.

=페미니스트라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건 아니다. 1600년대를 바탕으로한 원작을 2000년대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변화다. 신데렐라와 비슷한 또래의 청소년이 더는 집에서 청소만 하면서 살지 않는다. 가수를 꿈꾸거나 만화를 그리거나 작가가 되는 등 자기 삶을 추구하는 것이 오늘날의 젊은이들이다. 왕이나 군주가 존재하던 때와 사회 가치 구조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현실과 맞추다보니 결혼하지 않는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미아를 말 못 하는 캐릭터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건 감독 이반 카피엘로의 아이디어였다. 데 시모네의 희곡을 뮤지컬로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둔 것에 착안해 원래는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영화를 기획했다. 이반이 시나리오를 쓰던 중 모두 노래를 부르는 와중에 주인공은 노래를 부르지 않고 우두커니 있는 것을 생각해냈다. 그것이 관객에게 굉장히 충격을 줄 거라 여겼다. 말을 못한다는 것은 신비함과 미스터리한 느낌을 주는 한편, 암울함과 어두운 느낌을 전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를 통해 신데렐라의 의중을 짐작할 뿐 그녀가 진실로 원하는 것을 관객이 알 수 없도록 하는 것이었다. 문학 작품을 읽을 때 독자가 적극적으로 상상하는 것처럼, ‘신데렐라가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를 상상하며 관객이 주인공의 마음과 생각에 들어가도록 만들고 싶었다.

-미아 목소리 연기자는 따로 캐스팅할 필요가 없었겠다.

=그렇다. 미아의 어린 시절 목소리는 당시 3살이던 내 딸이 연기했다. 함께 작업한 이반, 알레산드로 라크, 다리오 산소네와 가족 휴가도 함께 가곤 하는데, 말도 곧잘 하는 내 딸을 보고 목소리 톤도 딱 좋다며 녹음을 먼저 제안해왔다.

-독립된 여성으로서 신데렐라를 그렸다고는 했지만, 여성이 서로 적이 된다거나 마지막에 제미토의 도움으로 탈출하는 지점 등 남성의 구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은 그대로 가져간 것 아닌가.

=굉장히 흥미로운 관점이다. 이건 약간 이탈리아적인 이야기인데, 이탈리아는 지역 격차가 매우 크다. 이탈리아에 살지 않으면 이를 체감하기 힘들다. 나폴리 사람들은 개인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혼자서는 무언가를 잘 하려들지 않고 늘 누군가와 함께하려 한다. 내가 속한 회사 사람들이 나폴리 사람들을 대변한다고 하긴 힘들지만, 우리는 함께하는 것을 즐긴다. 마지막에 제미토가 신데렐라와 함께 탈출하는 결말은 어찌 보면 이탈리아의, 혹은 나폴리 사람들의 무언가를 함께하려는 속성을 표현한 것이다. 약간 우스개로 덧붙이자면 점프할 때 신데렐라가 먼저 뛰어내리고, 제미토가 좀 나중에 떨어진다. (웃음)

-제미토와 살바도레의 외모가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의도된 것인지 궁금했다.

=전작 <행복의 기술>(2013) 때와 마찬가지로 인물을 주로 창조한 건 알렉산드로와 다리오였다. 무료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블렌더(Blender)를 사용해 거의 3D로 작업했다. 일반적으로 얼굴은 6개의 포인트를 잡아서 그린다. 그러다보니 때에 따라 디테일한 차이가 있을 뿐 유사해질 때도 있다. 실제 배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때때로 만드는 자신들의 모습이 그려놓은 인물에 투영되기도 한다.

-홀로그램이 기억과 회상을 비춘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편집기법인 플래시백과 쓰임이 유사하다고 여겨졌다.

=미아의 아버지 바실레가 만들고자 한 것이 과학과 기억의 센터였다. 전세계를 돌며 아름다운 것을 채집해 나폴리를 문화의 중심도시로 만들려는 거다. 오늘날 40대의 세계는 <스타워즈>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고, 나도 이에 영향을 받았다. 과거의 일들을 눈앞에 보이듯 크리스털화하는데 홀로그램만큼 좋은 장치가 없었다. 과학과 기억의 관계를 드러내는데도 적합한 장치라 생각한다.

-제작사 매드 엔터테인먼트의 결성 과정과 공동 작업에 관해 들려달라.

=우리는 15~20년 된 친구들로 결혼식 때 서로 증인을 설 정도로 친밀한 관계다. 2010년 무렵 프로듀서인 루치아노 스텔라가 영화를 만들겠다고 당시 광고계에 있던 나를 비롯해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일하던 우리를 끌어들였다. 여기에 알레산드로가 필요한 인력 10명을 불러모아 첫 번째 장편 <행복의 기술>을 만들었다. 이탈리아는 애니메이션이 발달한 나라가 아니다. 더군다나 나폴리에서는 애니메이션이 한번도 만들어진 적이 없다. 당시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가르칠 때라 제자들을 불러모았는데 모두 애니메이션을 만든 경험이 없는 학생들이었다. 2013년부터 시작한 두 번째 작업인 이번 영화는 그동안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비교적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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