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강철비> 이지원 - 평범해서 특별한 배우
2017-12-29
글 : 김현수
사진 : 백종헌

우리는 북한 군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때문에 배우들은 어느 때보다 더 상상에 의존해 연기할 수밖에 없다. <강철비>의 북한 여군 해커병은 출연 분량이 짧지만 극의 흐름상 서스펜스를 유발하는 역할이기에 신인배우 이지원에게는 꽤 큰 숙제였으리라.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면 포털 사이트 연관 검색어에 ‘<강철비> 해커병’이라 표기되고,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갑자기 늘어나는 유명세에 당황해하는 그녀를 만나 이제 막 상업영화에 입문한 신인배우가 바라본 현장은 어땠는지, 캐릭터를 만들어간 과정이 어땠는지에 대해 물었다.

-처음엔 해커병이 아닌 다른 역할로 오디션을 보러 갔다고.

=원진아 배우가 맡은 려민경 역으로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해커병 역을 준비해서 다시 오디션을 보라고 제안하셨다. 처음에는 해커병이 남자 역할이었는데 여자로 설정을 바꿨다고 들었다. 그러면서 내 이미지가 해커병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학교 선배 결혼식장에서 확정 전화를 받았는데 엉엉 울면서 삭발도 할 수 있다고 외쳤다. (웃음) 처음 오디션에 붙은 거다.

-오디션장에는 어떤 연기를 준비해갔나.

=영화 속 해커병 장면을 그대로 연습해오라는 지정연기가 있었고 나만의 자유연기 레퍼토리를 몇 가지 준비했다. 그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어릴 때 엄마에게 버림받고 자란 아이가 카페에서 엄마를 만나 원망하고 하소연하고 그동안 그리움을 토로하는 연기를 했다. 아주 일상적인 담담한 톤의 연기를 할 수 있는 대사도 늘 준비해간다.

-처음 경험하는 상업영화 현장이었다.

=촬영 전에 감독님께서 내가 연기한 해커병이 북한 사회에서 어떻게 엘리트 코스를 밟아 그 자리까지 올라오게 됐는지, 영화에는 드러나지 않은 사연을 자세히 설명해주시는 게 신기했다. 해커병은 북한 사회에서도 어릴 때부터 무서울 것 없이 자란 영재라서 리태한(김갑수)이 총으로 위협하기 전까지는 사태 파악을 못하고 편하게 행동하는 거라는 캐릭터 배경을 설명해주셨다. 북한말 선생님과 함께 두분이 해커병을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배경을 꽉 채워주셨는데 막상 연기할 때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제대로 인물의 내면에 집중하지 못했다. 틀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는데 영화를 보며 아쉬운 마음에 눈물이 났다.

-연기에 대한 관심은 어떤 계기로 시작됐나.

=중3 때 시험 공부하다가 친구와 노래방을 갔는데 문득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어졌다. 보통 그길로 오디션을 보러 가는데 나는 친구들과 반대로 지금부터 능력을 쌓아서 회사가 나를 선택하게 만들자고 다짐했다. 그러면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까? 예고를 가야겠더라. 그렇게 연기를 공부하게 됐다.

-학교 다닐 때는 어떤 학생이었나.

=고등학생 때 연례 공연을 하다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내가 너무 가진 게 없다는 자책감에 사로잡힌 적이 있다. 그때 친구가 “너는 노력하는 게 재능”이라고 말해 더 서럽게 울었던 기억이 있다. 이후 마음을 고쳐 먹고 대학교 와서는 정말 열심히 다녔다. 지각이나 결석 한번 안 하고 6번이나 장학금을 받았다. 지금은 스스로를 성실한 노력형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보다는 연극 연기에 관심이 커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선택한 것인가.

=13학번으로 입학했다. 대학 졸업 전까지 관심은 오로지 연극이었다. 영화는 생각도 하지 않다가 졸업 전에 지금의 소속사에서 프로필을 보고 영화를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주셨다. 이사님들이 나보다 더 나를 믿어주시는 모습에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고 덜컥 합격까지 했다. (웃음) 부모님께서도 반대하지 않고 조용히 믿고 기다려주셨다.

-앞으로 맡아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강철비> 촬영을 마치고 현장 경험을 더 쌓고 싶어서 올해 9월부터 일주일에 한편, 많으면 세편씩 단편영화를 계속 찍었다. 주로 착한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만약 장편영화에서 맡는다면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고현정 배우가 연기한 ‘완이’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늘 엄마에게 잡혀서 순종하며 사는 캐릭터지만 나중에 한방을 터뜨리는 사람. 잔잔하고 일상적인 역할을 맡아 연기해보고 싶다.

-어떤 배우로 기억되길 바라는가.

=평범하고 특별한 배우가 되고 싶다. 늘 주변에 있을듯한 친근함을 가졌지만 막상 찾으려면 쉽게 찾을 수 없는 특별한 배우가 되고 싶다.

영화 2017 <강철비> 2017 단편 <Cut> <애증만세> <느린날> <그리운가요> <하우스케이크> <괴물이 나온다> <최소한 단정하게> <피부의 국가> 2016 단편 <고함> <여름의 초상> <모놀로그> TV 2017 KBS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MBC <파수꾼> SBS <이판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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