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돌아와요 부산항애愛> “우리의 천국은 어디일까?”
2018-01-03
글 : 김소미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보육원에서 자란 태주(조한선)와 태성(성훈) 형제는 이란성쌍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다른 삶을 산다. 형사인 태주와 범죄 조직의 2인자인 태성은 부산의 대규모 카지노 설립을 둘러싸고 신라시대 지증왕의 옥새 거래를 다투며 서로 대립각을 세운다. 두 사람은 쌍둥이라는 이유로 각자가 속한 조직의 불신 또한 감내해야 하는 상태다. 태성과 경쟁 관계인 마립칸(공정환)의 방해 공작으로 형제가 자라난 보육원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고, 여기에 두 사람이 동시에 연모하는 상대 찬미(윤소이)의 과거까지 얽혀든다. 형제는 천주교 기반의 보육원 출신으로 극중에서 태성을 통해 자주신이 부재하는 세계에 대한 냉소가 피력된다. 엔딩 장면에서 암전 후 흘러나오는 독백 역시 “우리의 천국은 어디일까?”다. <돌아와요 부산항애愛>는 속고 속이는 복잡한 서사에 묵직한 누아르적 주제까지 버무리려 시도했지만 어쩔 수 없이 낡고 진부한 모양새다. 형사와 범죄자로 나뉘는 형제가 어린 시절의 상처와 삼각 관계의 로맨스로 고통받는 신파 누아르 속에서 인물들은 여태까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존재해온 남성 서사의 전형으로 평평하게 다가온다. 자장면을 덜어주는 어머니를 떠올리는 식의 뻔한 플래시백이 수도 없이 등장하는 건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다. 형제의 비극을 위해 여성 인물이 까닭 없이 강간당하고 심지어 트라우마를 유린받는 장면에선 불쾌감마저 든다. 영화 초반 울려퍼지는 동명의 조용필 음악을 시작으로 진한 사투리와 액션이 과시되는 로컬 액션물의 측면에서 나름의 활기를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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