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강철비> 제작자 선영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대표 - 투자와 제작은 공생의 관계다
2018-01-11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오계옥

“투자·배급사에 있을 때와 가장 다른 점? 걸려오는 전화가 확 줄었다는 거다.” <강철비>를 제작한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의 선영 대표는 2015년 초까지 쇼박스 한국영화1팀의 팀장으로 근무했다. 당시 하루에 받던 전화만 50여통. “사방에서 전화가 왔다. 지금은 통화 횟수가 줄어들고 나니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인연과 역량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독립하길 잘했다 싶다. 서류보다는 인간관계에 더 주목하게 되는 게 행복하다.”

<강철비>는 선영 대표가 설립한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의 창립작이다. 그는 와이웍스의 정체성을 ‘투자·제작사’라는 말로 설명한다. 투자·배급사와 제작사의 공격적인 긴장관계에서 벗어나 투자와 제작을 병행하며 창작자에게 친근한 제작·투자 자본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의 설립 취지다. 선영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아이픽처스의 최재원 대표(양우석 감독의 전작 <변호인>의 제작자)에게 양우석 감독을 소개받았다. “<강철비>는 스케일이 크고 시간이 촉박한 프로젝트였지만 시나리오를 본 뒤 이건 만들 수 있고 잘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강철비>는 2017년 12월 31일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었지만, 이후 상영관 수가 줄어들어 예상보다 낮은 스코어를 기록했다. 하지만 선영 대표는 “아쉬움은 변명과 연결된다”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제작자로서, 투자자로서 배급과 개봉 시점, 관객과 만나는 방법을 보완하는 게 답이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우선은 제작자로서 다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투자자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았으니 엄청나게 기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울 일도 아니다.”

선영 대표는 2000년 명필름 마케터로 영화 일을 시작해 아이픽처스와 코리아픽쳐스 기획팀, 쇼박스 투자팀 등을 거쳤다.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설계사무실을 다니던 그가 영화에 눈을 뜬 건 <씨네21> 덕분이었다고. “영화주간지를 꼼꼼히 챙겨봤는데, 한국 영화산업의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명필름에 입사지원서를 삼세번 냈는데, 세 번째 만에 심재명 대표님이 불러주셨다.” 마케팅, 기획, 투자의 끝을 보자는 마음으로 영화 일을 하다보니 어느덧 영화 제작자에 이르게 되었다고.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을 결정한 작품은 투자와 배급이 결정됐다고 보면 된다”고 선영 대표는 힘주어 말했다. 양우석 감독의 차기작과 더불어 향후 2~3년간 준비할 프로젝트는 편당 10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갈 예정. “기획에 날이 선 좋은 시나리오와 감독, 배우”로 승부하는 영화를 만들 계획이라고 하는 선영 대표의 말에서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미완의 <라푼젤> 스케치

“쇼박스에 다니던 시절, 새해가 시작될 때마다 유정훈 대표님에게 ‘올해는 애니메이션 하실 거죠?’라고 인사를 드릴 정도로 애니메이션에 관심과 애정이 많았다. 그 마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데, 우연한 기회로 디즈니 수석 애니메이터 김상진님의 <라푼젤> 스케치를 얻게 됐다. 완성된 그림이 아니라 완성을 위한 과정 중의 그림이라는 게 더 값지게 다가온다. 이 스케치를 사무실 벽에 걸어놓고 보면서 과정의 중요성을, 영화에 대한 스스로의 믿음을 되새긴다.”

2015~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설립 대표 이사 2007~2015 쇼박스 한국영화1팀 팀장 2005~2006 코리아픽쳐스 기획팀 팀장 2002~2004 아이픽처스 기획팀 과장 2000~2002 명필름 마케팅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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