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캐스터 주이치로(릴리 프랭키)는 번번이 빗나가는 일기예보로 악평이 자자하다. 그는 언제 밀려날지 몰라 전전긍긍하면서도 후배와 바람을 피우는 중이다. 아들 카즈오(가메나시 가즈야)는 운동을 그만둔 후 아르바이트로 버티고 있는 꿈만 큰 프리터다. 딸 아키코(하시모토 아이)는 빼어난 외모로 이목을 끌지만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 탓에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엄마 이요코(나카지마 도모코)는 다단계에 속아 먹지도 못하는 물을 대량으로 구매한다. 여기까지 들으면 위기의 가족에 대한 흔한 드라마 같다. 하지만 중반 이후 영화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미시마 유키오의 1962년 발표한 동명의 SF소설을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이 영화화했다. 기묘한 분위기를 쌓아나가던 영화는 각자 다른 계기로 아빠는 화성인, 아들은 수성인, 딸은 금성인이라고 믿기 시작한 후 본색을 드러낸다. 자신들의 정체를 자각한 오스기 가족은 환경오염으로 망가져가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벌이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뭔가 대단한 사건이 벌어지는 건 아니다. 외계인 가족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벌이는 엉뚱한 사건들이 황당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환경파괴, 원자력의 위험성 등 오늘날 지구가 처한 문제들을 역설하기 때문이다. 외계인 가족이라는 기발한 상상력과 여느 SF영화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접근 방식이 도리어 현실적이라는 이유로 외면했던 문제들을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다소 황당한 전개조차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2013), <종이 달>(2014)을 통해 입증된 요시다 다이하치의 섬세한 손길을 거쳐 차분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