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B급 며느리> 어느 집에나 있는 이야기, 어느 집에도 없는 며느리!
2018-01-17
글 : 김성훈

“명절에 시댁에 안 갔어요. 그래서 완벽한 명절을 보냈죠. 하하하.” 진영은 보통 ‘며느라기’들이 목구멍에서 꾹꾹 삼킬 수밖에 없는 말들을 당당하게 꺼내는 며느리다. 진영과 시어머니(조경숙)는 사이가 안 좋다. 진영은 ‘결혼 전까지 편하게 지냈던 남편의 동생을 갑자기 도련님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시어머니의 요구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의 입맛대로 손자(진영의 아들)의 옷을 갈아입히는 시어머니의 행동도 불만이다. 시어머니는 시댁을 찾지 않는 며느리를 두고 아들(선호빈)과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걘, B급이나 돼? F급이야!”라고 분통을 터트린다. 호빈은 아내와 어머니를 화해시키는 자리를 마련하지만 그 자리에서 진영은 시어머니에게 “제가 싫으면 제 애도 만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시어머니는 충격을 받아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다큐멘터리 <B급 며느리>는 선호빈 감독이 자신의 가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부갈등에 카메라를 깊숙이 들이댄 작품이다. 두 여자의 싸움은 단순한 세대 갈등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아내 진영은 대학을 입학하자마자 사법고시 1차에 합격해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했다가, 덜컥 임신을 하면서 육아의 늪에 빠진 자신의 처지를 괴로워한다. 고된 시집살이를 하며 아들 둘을 키운 시어머니 경숙은 자신처럼 시집살이를 하지 않는 며느리를 못마땅해한다. 영화는 한국의 가부장적인 가족 문화에서 흔하다면 흔히 볼 수 있는 두 여성의 사연을 생생하게 펼쳐내는데, 그게 꼭 자신의 이야기인 것 같아 뜨끔하게 한다. <B급 며느리>는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진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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