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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 배우 딜런 오브라이언·토머스 브로디 생스터·이기홍 - 시리즈의 긴 여정을 닫으며, 우리는 함께 성장했다
2018-01-18
글 : 장영엽 (편집장)
딜런 오브라이언, 토머스 브로디 생스터, 이기홍(왼쪽부터).

거대한 미로의 문이 닫힌다.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는 지난 2014년 첫선을 보인 판타지 블록버스터 <메이즈 러너> 3부작의 마지막 영화다. 기억을 잃은 채 정체불명의 미로에서 깨어난 소년, 소녀들의 사투를 다룬 1편의 이야기는 3편에서 어느새 세계의 명운을 건 거대한 전쟁으로 확장됐다. 인류를 멸종 위기에 처하게 한 바이러스는 점점 더 확산되고, 면역자들에 대한 위키드의 실험은 더욱 극악해진다. 위키드에게 납치된 민호(이기홍)를 되찾기 위한 토마스(딜런 오브라이언), 뉴트(토머스 브로디 생스터) 일행의 여정에는 수많은 위험이 존재하지만 서로에 대한 그들의 믿음은 여전하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 3부작의 주연을 맡은 세 배우, 딜런 오브라이언과 토머스 브로디 생스터, 이기홍이 1월 10일 한국을 찾았다. 영화 속 모습보다 훨씬 밝은 기운으로 가득했던 그들과의 만남은 화기애애했을 현장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했다. 한국계 미국 배우 이기홍의 영향인지 한국말 인사로 시작하고 끝난 세 배우와의 만남을 전한다.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는 <메이즈 러너> 3부작의 마지막 영화다. 시리즈와의 이별을 앞두고 어떤 생각을 하나.

=딜런 오브라이언_ 매우 감상적인 기분이다. 토마스를 연기하며 나는 개인적 의미의 성장도 경험했다. 그래서 토마스에 내 삶의 모습이 분명 투영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이 시리즈와 이별한다는 건 삶의 중요한 부분을 떠나보내는 느낌이라 섭섭한 마음이다.

=이기홍_ 딜런의 말처럼 시원섭섭한 느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행복하다. 이 프랜차이즈에 출연하는 동안 너무나 멋진 동료들과 여정을 함께했다는 데 감사하고 행복하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에서 나는 민호라는 한명의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한편 한편의 영화가 엄연히 다른 작품이었기 때문에 작품을 찍을 때마다 굉장히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아티스트로서도 많은 성장을 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토머스 브로디 생스터_ 두 친구가 말한 것처럼 나 역시 복잡미묘한 마음이다. 가장 중요한 건 이 작품을 통해 평생 친구를 얻었다는 거다. 20대에게 5년이라는 시간은 굉장히 길다. 3부작을 촬영하며 우리는 개인적인 성장과 캐릭터로서의 성장을 함께 체험했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의 팬덤과 인기를 함께 경험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우린 가족 같은 관계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유대감이 더 끈끈해진 느낌이다.

-이번 영화에서 토마스와 뉴트, 민호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위키드’라는 공동의 적과 맞서 싸우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캐릭터 각자의 내면적인 싸움이 더 깊어진 느낌이다.

딜런 오브라이언_ 3편은 지난 두편의 영화에 비해 토마스가 개인적인 의미의 전투를 격렬하게 벌이는 작품이다. 토마스는 위키드에 맞서 <메이즈 러너> 속 세계의 전쟁을 종식시켜야겠다는 책임감과 그 과정에서 희생된 동료들에 대한 부담감으로 고통스러워한다. 더불어 이번 영화에서 그는 도덕적으로 모호한 상황에 직면하며 내적 갈등을 겪는다. 1편부터 이 시리즈를 지켜봐왔던 관객이라면 세계에 대한 토마스의 관점이 서서히 변해간다는 점을 알게 될 듯하다. 위키드라는 대상을 더이상 흑백논리로 바라볼 수 없다는 점, 수많은 희생을 감내하며 여기까지 왔지만 세계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은 자신 안에 있다는 걸 자각한다는 점에서 토마스에게 이 내면의 전투는 중요하다.

토머스 브로디 생스터_ 우리 영화에는 아무런 의미 없이 등장하는 캐릭터가 없는 듯하다. 각각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묘사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딜런의 캐릭터(토마스)와 내가 연기하는 뉴트라는 인물에 차이가 있다면, 극중 토마스가 악에 맞서 싸우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는 반면 뉴트에게는 친구들간의 가족적인 유대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위키드에게 납치된 민호를 구출하는 것은 뉴트에게 큰 의미다. 또 이번 영화에서 뉴트는 시간과 싸우게 된다. 정해진 시간 내에 무엇인가를 이뤄야 한다는 점에서 ‘시간’은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 속 뉴트에게 가장 큰 내적 갈등을 선사하는 존재다.

이기홍_ 민호에게 있어 이번 영화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한국말로) ‘죽어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키드에게 납치돼 고통받는 과정에서도 친구들이 반드시 구하러 올 것이기에 민호는 살아남아야 한다, 버텨야 한다고 믿는다. 더불어 민호에겐 친구들을 배신한 트리사(카야 스코델라리오)에 대한 격렬한 감정이 있다.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도 민호에겐 중요했다.

-‘메이즈 러너’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번 영화에서도 세 인물은 계속 달린다. 1편은 미로, 2편은 사막, 3편은 도시를 주요 공간으로 한다. 공간적 배경이 달라지는 것은 연기를 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끼치지 않나.

이기홍_ 첫 번째 영화는 이 세계를 처음으로 소개하는 영화였다. 관객을 우리의 ‘홈’으로 데려오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배우의 입장에서도 영화 속 공간을 더 잘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2편과 3편은 캐릭터들이 낯선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줬다. 2편은 배경이 사막이었고, 이곳에서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누굴 믿어야 할지, 어디로 갈 것인지가 중요했다. 3편은 2편의 세계를 확장하되 공간과 인물을 더 강렬하게 그려냈다. 친구를 되찾아야 한다는 강력한 동기가 있기 때문이다.

-소년, 소녀가 주인공인 판타지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의 경우 매편 감독을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메이즈 러너>는 3부작 모두 웨스 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와의 작업은 어떤 경험이었나.

딜런 오브라이언_ 웨스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해도 충분하지 않다. 세편 내내 그와 같은 연출자와 함께 일한다는 게 얼마나 행운이었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다. 요즘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영화는 작품마다 감독을 바꾼다. 연출자들은 서로 다른 비전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새롭게 시리즈에 진입한 감독들은 영화의 톤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메이즈 러너>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점은 같은 감독이 연출했고, 일관성 있는 비전을 가졌다는 점이다. 웨스는 놀라울 정도로 스마트한 사람이고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해도 깊었다. 그는 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매 순간 고민하고 생각했다. 또 웨스는 인간적으로도 훌륭한 사람이자 좋은 친구다. 그의 행보를 응원할 것이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에 있어서 웨스 볼 이상의 좋은 리더를 생각할 수 없다.

-마지막 촬영날의 풍경이 궁금하다.

딜런 오브라이언_ 아쉽게 내가 마지막으로 촬영한 장면은 영화에 포함되지 않았다. 우선 이렇게 긴 여정을 거쳐왔다는 것, 그것을 성공적으로 끝냈다는 데 우리 모두 자부심을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우아! 그러니까 토마스가 되어 촬영하는 게 마지막이란 말이지’라고 생각했다. 가깝게 지냈던 사람과 작별하는 느낌이었다.

이기홍_ 나는 기차 안에 있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찍었다. 굉장히 기뻤다. 딜런도 얘기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사람들과 일한다는 것이 정말 좋더라. 친구들과 함께 시작해서 함께 끝낸다는 게.

토머스 브로디 생스터_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샴페인을 터뜨렸지.

딜런 오브라이언_ 새벽 6시 해뜰 무렵이었는데, 각자 준비해온 선물을 나 누고 이야기도 하고.

토머스 브로디 생스터_ 두 시간 후에 비행기를 타야 할 운명이었지만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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