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봅시다]
<다키스트 아워>와 함께 보면 좋아요
2018-01-22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영화로 재구성한 2차대전
<어톤먼트>

조 라이트 감독의 신작 <다키스트 아워>는 문자 그대로 영국 역사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기인 2차대전 당시를 그린다. 1940년 유럽, 연합군은 줄줄이 항복을 선언하고 있었고 프랑스에서는 수만명의 영국군이 죽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당시 영국 정부는 독일과의 굴욕적인 ‘평화협정’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다키스트 아워>의 서사적 긴장도 여기에서 발생한다. 2차대전의 최종 결과를 알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택한 처칠이 옳다고 쉽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당시 영국을 포함한 유럽의 상황은 그리 밝지 않았다. 케크르에 주둔한 수십만명의 영국군의 목숨을 확실하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평화협정뿐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다키스트 아워> 혹은 2차대전을 둘러싼 이런 복잡한 상황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기 위해 2차대전을 소재로 한 몇편의 영화들을 더 살펴보자. 서로 다른 입장에서 그 시대를 살아갔던 인물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조 라이트 감독의 비포 <다키스트 아워> <어톤먼트>(2007)

조 라이트 감독의 데뷔작 <어톤먼트>는 <다키스트 아워>와 정반대 입장에 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다키스트 아워>가 영국 본토의 지하 벙커에서 작전을 계획하는 참모들의 치열한 고민을 다룬다면, <어톤먼트>는 이런 정치인들의 고민과는 상관없이 단지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군인들의 피와 땀을 그린다. 즉 <다키스트 아워>에서 짧은 자막을 통해 굉장히 성공적인 작전으로 묘사된 덩케르크 작전이 실은 끔찍한 사건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는 후반부의 롱테이크 장면은 전쟁의 참상을 생생한 공포와 함께 포착하며 비극의 정서를 만들어낸다.

덩케르크 작전의 가장 큰 공로자는 누구? <덩케르크>(2017)

덩케르크를 이야기하며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작품과 <다키스트 아워>를 비교했을 때 가장 흥미로운 점은 작전에 참여했던 민간인들을 묘사하는 방식이다. <다키스트 아워>가 작전 실행의 마지막까지도 민간인들의 자발적 참여를 100% 확신하지 않았다면(단적으로 처칠은 ‘징발’ 명령을 내린다), <덩케르크>는 영웅처럼 자신을 희생하는 민간인들을 등장시키며 덩케르크 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이들이 누군지 묻는다. 정치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와 ‘평범한’ 시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의 흥미로운 차이점이 아닐까?

영국 국왕은 정말 독일과의 전쟁을 반대했을까? <킹스 스피치>(2010)

<다키스트 아워>의 중요한 조연은 당시 영국의 왕이었던 조지 6세(벤 멘덜슨)다. 그는 후반부까지 처칠과 노골적으로 대립하며 극에 또 하나의 갈등을 조성한다. 심지어 조 라이트 감독은 국왕 역시 독일과의 평화협정을 마음에 두고 있었으며, 영국을 떠나 캐나다로 피하는 것까지 고려했다고 그릴 정도다. 정말 조지 6세는 이런 비겁한 인물이었을까? 그러나 톰 후퍼의 <킹스 스피치>는 왕의 인간적인 고민을 좀더 살펴보자고 제안한다. (별로 닮지는 않았지만) 콜린 퍼스가 연기한 조지 6세는 이 영화에서 영국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려 노력하는 마음 따뜻한 왕으로 나온다. <다키스트 아워>를 보고 조지 6세에 실망했다면 <킹스 스피치>도 함께 보기를 권한다. 각각 서로 다른 처칠을 연기한 티모시 스폴과 게리 올드먼의 연기를 비교하는 것도 또 하나의 감상 지점이다.

프랑스도 당하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프랑코포니아>(2015), <그림자 군단>(1969)

영국이 독일과 싸우고 있던 사이 프랑스는 어떤 싸움을 벌이고 있었을까? 사실 당시 프랑스 상황은 영국보다 더 안 좋은 편이었다. 1941년, 프랑스는 결국 독일에 항복을 선언했으며 ‘비시 프랑스’라는 떳떳하지 못한 역사까지 남겼다. <다키스트 아워> 역시 당시 프랑스 장군들의 소극적인 모습을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에피소드를 집어넣었다. 하지만 이런 어두운 역사를 잊지 않되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프랑코포니아>(사진)나 장 피에르 멜빌의 <그림자 군단> 같은 영화도 보기를 추천한다. <프랑코포니아>는 독일 점령 아래에서 프랑스의 예술품을 지키기 위해 남모르는 곳에서 노력했던 군인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그림자 군단>은 어둠 속에 숨어 누구보다 치열하게 저항했던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활약을 그린다. 영국만 나치와 용감히 싸웠던 건 아니다.

히틀러의 최후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

<다키스트 아워>를 보다보면 아마 히틀러에 대한 분노를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히틀러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가 등장하지 않지만 <다키스트 아워>의 처칠 역시 히틀러에 대한 끓어오르는 화를 숨기지 않는다. 여기에 공감을 느꼈다면 히틀러의 최후의 날을 그린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을 이어서 감상하면 어떨까? 용감한 군인들이 히틀러의 얼굴에 기관총을 난사하는 이 영화는, 그게 거짓임을 알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독특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역사는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 강렬한 이미지 앞에서는 순간 무장해제당하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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