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코니 아일랜드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지니(케이트 윈슬럿)의 삶은 팍팍하다. 일은 지겹고, 어린 아들은 방화를 일삼으며, 남편 험티(짐 벨루시)에 대한 애정은 더이상 남아 있지 않다. 그녀의 삶에서 유일한 낙은 해변 안전요원으로 일하는 믹키(저스틴 팀버레이크)와의 사랑뿐이다. 지니는 믹키와 함께 지긋지긋한 코니 아일랜드를 떠날 날만을 꿈꾸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런 그녀에게 험티가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캐롤라이나(주노 템플)가 찾아오고, 믹키는 캐롤라이나와 사랑에 빠진다. 이를 지켜보는 지니의 마음 속에 질투가 싹트기 시작하고, 지니의 삶은 점차 균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우디 앨런 자신의 전작 <블루 재스민>(2013)과, 다시 말해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닮아 있는 영화다. 존재하지 않는 낙원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무력한 인간들을 통해 삶의 부조리가 펼쳐지고, 이 부조리 앞에서 관객은 사유할 수 없는 것들을 사유하도록 요구받게 된다. 영화는 연극적 요소가 강하지만 한편으론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순응자>(1970),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의 촬영감독이었던 비토리오 스토라로의 개성이 오롯이 드러난다. 이 개성과 우디 앨런식 소격효과가 융합해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보는 듯한 색감과 톤이 눈을 사로잡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조명은 인물의 내면 깊은 곳까지 표현한다. 익숙한 우디 앨런 스타일의 영화이기에 우디 앨런의 명작 반열에 오르기에는 부족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케이트 윈슬럿을 비롯한 주연배우들의 호연과 영상미만으로도 충분히 빛을 발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