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봅시다]
알고 보면 좋을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의 정보들
2018-01-29
글 : 김현수
미로 속으로 다시 뛰어 들어갈 준비

미로 속을 달리던 소년들이 돌아왔다. 그동안 지구는 더 황폐해졌고 인류는 멸망 직전에 놓였다. 1월 17일 개봉한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는 시리즈 3부작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영화다. 지난 두편의 영화들과 비교해 더욱 거대해진 액션 스케일을 자랑하지만 시리즈 내내 풀지 못했던 갈등과 사건을 모두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의문의 미로인 글레이드를 벗어나 위키드라는 의문의 조직이 짠 거대한 함정의 늪에서 토마스(딜런 오브라이언)와 친구들은 자신들의 생명을 지켜내는 한편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도 막아내야 한다. 영어덜트계 소설의 영화화 사례로서 좋은 선례를 남긴 <헝거게임> 시리즈를 잇는 어려움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전력 질주한 3편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가 될까. <메이즈 러너> 시리즈가 걸어왔던 지난 궤적을 되짚어보면서 3편에서 보여줄 새로운 정보를 소개한다.

‘글레이드’와 ‘스코치’ 그리고 ‘안전한 도시’

제임스 대시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메이즈 러너> 시리즈는 10대를 주요 타깃으로 한 영어덜트계 소설로서의 면모를 갖춘 작품이다. 황폐화된 미래를 배경으로 복잡한 세계관이 등장하지만, 쉽게 말해 토마스와 그 친구들이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던 미로라는 규칙을 깨고 자유를 찾아 긴 여정을 떠나는 모험담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일종의 로드무비로서 ‘메이즈 러너’, 즉 토마스의 긴 여정의 출발점 그리고 어딘지 모를 도착점의 공간 배경은 사실상 이 시리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1편에서 토마스와 뉴트, 갤리, 민호, 트리사 등은 높이 60m가 넘는 콘크리트 벽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글레이드라는 미로 안에서 마치 소설 <파리대왕>의 한 장면처럼 그들만의 작은 사회를 형성해 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미로 밖으로 뛰쳐나간 그들은 누군가의 거대하면서도 잔인한 실험 대상으로 이용당하고 있었다는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사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핵심이 미로라는 공간이기에 적어도 1편에서만큼은 밀도 높은 우화를 담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미로를 벗어난 2편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2015)부터는 미로를 대신한 무언가, 그리고 거대한 음모를 통한 주제나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제 방향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미로 바깥의 ‘플레어 바이러스’로 오염된 세상은 기존의 수많은 SF영화들이 보여줬던 황폐화된 디스토피아 풍경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 황폐한 공간을 이 시리즈는 ‘스코치’라고 불렀다. 미로 밖은 유토피아일 줄 알았으나 넓은 의미에서 위키드라는 거대 조직이 짜놓은 또 다른 미로라는 의미였다. 이제 3편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의 배경은 위키드 조직의 심장부, ‘안전한 도시’다. 유리와 강철로 둘러싸인 신세계. 이 시리즈가 공간을 거점 삼아 기본적인 액션 컨셉을 달리 꾸며왔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이번 3편에서는 지난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대규모 시가전투 장면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충분히 가져볼 수 있다.

원작과는 다르게

영화 <메이즈 러너> 시리즈는 제임스 대시너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지만 방대한 설정과 이야기를 각색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요소의 생략과 변형을 가한다. 3편의 시간적 배경은 전편으로부터 약 6개월의 시간이 흐른 시점이다. 인류를 멸종 위기에 빠뜨린 플레어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얻기 위한 위키드의 비상식적이고 비인간적인 실험과 그에 맞서는 생존자들의 마지막 결투가 3편의 주된 이야기다. 토마스와 함께 싸우는 저항 조직인 ‘오른팔’ 멤버들은 위키드에 잡혀간 민호(이기홍)를 구출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신세계, ‘자유로운 안식처’를 찾기 위해서도 고군분투한다. 영화에서는 이들 조직이 위키드와 벌이는 전면전이 2편 후반부 장면에서 이미 등장한 상태다. 웨스 볼 감독은 위키드에 저항하는 세력들이 소설에서는 이야기 후반부인 3권에서부터 등장하지만 영화에서는 좀더 일찍 등장시키기를 원했다. 그것은 애초 시리즈 구성상 3편을 1부와 2부로 나눌 계획을 세웠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3부 한편만 만드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는 물론 원작자 제임스 대시너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원작소설에 묘사됐던 위키드의 만행을 한 가지 공개하자면, 소설에서 위키드는 플레어 바이러스를 전 지구의 인구 문제 조절을 위해 의도적으로 퍼뜨렸다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당황하기도 했다. 영화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묘사된다.

어디에서 본 것 같은

3편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는 2편에서 위키드 조직이 민호를 납치해간 지 약 6개월의 시간이 흐른 시점에서 시작한다. 위키드의 수장 아바 페이지 박사는 민호를 토마스와 비슷한 유전자를 지닌 인간으로 오인하지만 해답은 오직 토마스에게만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전개, 왠지 어디선가 본 것 같다면 영어덜트계 소설 원작의 영화들을 많이 접한 덕분이리라. 세계를 구할 유일한 존재라는 의미는 <다이버전트>(2014) 시리즈에서 여러 분파의 능력을 모두 아우르는 진정한 ‘다이버전트’를 얻기 위해 실험을 벌이던 제닌(케이트 윈슬럿)이 두려워하는 트리스(셰일린 우들린)를 통해서도 보인다. 물론 <헝거게임> 시리즈의 캣니스 에버딘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영어덜트계 소설들의 클리셰처럼 쓰이는 설정이나 닮은 장면들이 많다. 플레어 바이러스 감염자를 일컫는 ‘크랭크’의 외형과 특징은 좀비영화의 설정에서 거의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심지어 위키드를 피해 또 다른 장소, ‘자유로운 안식처’로 향하고자 하는 토마스 일행의 목적지 역시 <28일후…>(2002)나 <28주 후>(2007) 혹은 <월드워Z>(2013) 같은 영화에서 이미 묘사됐던 곳들과 흡사하다. 위키드 조직이 숨어들어 사는 ‘안전한 도시’의 풍경은 조지 로메로 감독의 <랜드 오브 데드>(2005) 등에서 보여줬던 초호화 주상복합빌딩 ‘피들러 그린’이 보여주는 부유층의 생존 공간이라는 의미와도 닮아 있다.

미로보다 민호

원작과 미묘하게 달라진 캐릭터를 꼽자면, 민호를 들 수 있다. 1편에서 민호는 글레이드에 갇혀 사는 아이들 가운데 용기 있는 축에 속해 메이즈 러너로 꼽힐 수 있었다. 영화에서의 그는 두려움을 모르는 캐릭터로 배우 이기홍이 맡아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또 달라진 것은 그를 향한 팬들의 응원이 3편 개봉을 맞아 1편 개봉 당시에 비해 더욱 뜨거워졌다는 점이다. 얼마 전 배우들의 내한 행사 반응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 시리즈의 최대 수혜자는 어쩌면 갈등하는 토마스, 딜런 오브라이언보다 우직한 민호, 이기홍일지 모른다. 심지어 3편은 민호를 구출하기 위한 친구들의 필사의 노력에서 시작해 영화가 끝날 때까지 많은 등장인물들이 민호를 구출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 극중에서는 흡사 마동석 같은 배우들에게 어울릴 법한 괴력을 발휘하는 장면도 준비되어 있다. 위키드에 잡혀간 민호를 구하러 가는 이야기가 사실상 이번 3편의 주된 테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호는 ‘데스 큐어’보다 더 중요한 존재로서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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