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봅시다]
<인시디어스4: 라스트 키>를 보러 가기 전에 읽을 것
2018-02-12
글 : 김현수
공포의 근원을 찾아나선 <인시디어스> 시리즈
<인시디어스>(2010)

제임스 완 감독과 제작사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제이슨 블룸이 협업해 만든 <인시디어스> 시리즈는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를 성공시킨 제작사의 노하우와 호러 장르 문법에 정통한 제임스 완 감독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제임스 완 감독은 이 시리즈의 특징을 몇 가지 추려내어 심화 버전인 <컨저링>을 만들기도 했다. 시리즈 4편인 <인시디어스4: 라스트 키>를 보기에 앞서 전통적인 호러영화의 화법을 따르면서도 현대적인 변주를 통해 공포영화 흥행 공식을 새롭게 다진 이 시리즈의 미덕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복잡한 시간대로 얽힌 시리즈의 사건 개요 타임라인을 따라가며 전작들의 특징을 간단하게 요약해봤다. 4편을 보기 전에 숙지하고 보면 더욱 극대화된 공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시디어스>(2010)

지금은 할리우드 공포영화의 명가로 잡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이 회사 설립 직후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의 노하우를 일부 접목시킨 ‘귀신 들린 집’ 소재의 시리즈를 기획한다. 새로 이사한 조쉬(패트릭 윌슨) 부부 가족의 집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아들 달튼(타이 심킨스)이 갑자기 식물인간이 되자 엄마 리나이(로즈 번)는 ‘유체이탈’에 관한 전문가이자 영매인 앨리스(린 샤예)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1편은 속편과 프리퀄에 해당하는 3, 4편으로 이어지는 길고 긴 여정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 받침대 정도로 생각하고 보면 좋다. 무서운 공포 효과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연출보다 세계관을 탄탄하게 설정해놓은 각본의 미덕이 돋보이는 영화다. 제임스 완 감독과 함께 <쏘우> 시리즈를 만들었던 각본가 리 워넬은 그들이 어릴 때 즐겨 봤던 <영혼의 카니발> <공포의 대저택> <폴터가이스트> 같은 영화들과 궤를 같이 하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사연 많은 다락방을 둔 2층집에 악령이 깃들고, 원인을 제공하는 가족들의 아픈 과거가 펼쳐지며, 집안 구조를 적극 활용한 각종 심령현상으로 깜짝 공포 효과를 만들어내는 등 익히 잘 아는 하우스 호러 장르의 클리셰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죽은 자들의 원혼이 떠도는 ‘먼 그곳’ (The Further)으로 영혼을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을 중심으로 사건이 벌어지고 또 그들만이 사건을 수습할 수 있다.

<인시디어스: 두번째 집>(2013)

원제에서는 ‘챕터2’라는 부제를 달고 개봉했는데 국내 개봉 시에 ‘두번째 집’이라고 번역했다. 이 영화의 핵심을 꿰뚫고 있는 적절한 번역이다. 귀신 들린 집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좇는 이 영화의 플롯에서 집이라는 공간은 인물 개개인의 사연만큼이나 중요한 공포 요소다. 1편에서 ‘먼 그곳’에서 방황하던 아들 달튼의 영혼을 찾아나섰던 아빠 조쉬가 집 주변을 맴도는 낯선 할머니의 원혼에 몸을 뺏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램버트가 사건’으로 명명되는 조쉬 가족 사건을 도와주던 영매 앨리스가 사실은 조쉬의 어린 시절에도 함께했다는 지난 과거가 소개되고, 동시에 조쉬의 몸을 지배하는 할머니 원혼의 사연도 함께 소개된다. 1편에서부터 이미 구상한 시나리오이기에 1편에서의 소위 ‘떡밥’이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장면도 많고 영혼을 통해 시간이동도 한다는 새로운 설정이 추가된다. 이야기의 시간대가 뒤죽박죽 섞이기 때문에 시리즈의 타임라인이 혼란스러워진 원인이기도 하다. 시리즈 중 2편이 가장 뛰어난 완성도를 보이는 걸작인데 여러 시공간을 오가는 이야기가 깔끔하게 정리됐고 배경이 되는 집을 활용한 다양한 공포 효과의 완성도 또한 뛰어나다. 특히 장소와 캐릭터를 통해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걸작 <싸이코>를 직접적으로 오마주한다. 한 집안의 가장인 아빠가 돌변해 가족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는 설정은 니콜라스 레이의 <실물보다 큰>,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 같은 영화를 연상시킨다.

<인시디어스3>(2015)

제임스 완 감독이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연출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1, 2편의 각본가 리 워넬이 연출까지 겸했다. 앞선 두편의 영화가 다뤘던 ‘램버트가 사건’이 아니라 그를 해결하려 했다가 목숨을 잃게 되는 영매 앨리스(린 샤예)의 과거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시리즈의 프리퀄에 해당한다. 덕분에 전편에서 죽은 앨리스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킬 수 있게 됐다. 죽은 엄마를 그리워하던 소녀 퀸(스테파니 스콧)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엄마와 접촉했던 앨리스는 되레 자신에게 강한 원혼이 따라붙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해 또다시 ‘먼 그곳’으로 향한다. 침대 위에 누운 채로 원혼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는 소녀라는 이미지는 <엑소시스트>를 직접적으로 연상시키며 1, 2편에서 달튼과 조쉬 부자에 들러붙었던 ‘엄마’라는 원혼의 정체를 뒤집어서 활용하기도 한다. 앨리스 옆에서 악령 잡는 소동을 도와줄 ‘스펙트럴 사이팅’ 멤버 터커(앵거스 샘슨)와 스펙스(리 워넬)를 처음으로 알게 된다는 설정이 더해져 프리퀄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다.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에서는 이 영화를 만들 당시, <오큘러스>(2013), <위자>(2014)와 같은 다른 공포영화도 성공시킨 직후였는데 그 영화들의 공포 효과를 다양하게 차용하기도 했다. 하나의 시리즈를 만들면서 활용한 특정 효과 혹은 설정만 따로 떼어 심화, 발전시키는 식의 성공 전략이 안착된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2편 엔딩에서 영혼이 된 앨리스를 깜짝 놀라게 만든 존재에 관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로 4편으로 이어진다.

<인시디어스4: 라스트 키>(2017)

이번에는 리 워넬 감독이 각본을 맡고 <파라노말 액티비티: 더 고스트 디멘션>을 각색한 애덤 로비텔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영매 앨리스는 어째서 원혼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먼 그곳’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바탕으로 그녀가 지닌 특별한 혹은 저주받은 능력의 근원에 대한 사연을 파헤치는 영화다. 1950년대 앨리스의 유년 시절을 다루는 이 영화가 시간 순으로는 가장 오래된 사연을 다루고 있으며, 뒤를 이어 <인시디어스3> <인시디어스> <인시디어스: 두번째 집> 순으로 전개된다. 제임스 완 감독과 제작자 제이슨 블룸에 따르면 처음부터 총 4편의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제작했다고 한다. 앨리스의 유년 시절 이야기로 시간이 거슬러 올라가는 만큼 시리즈 내내 앨리스가 ‘먼 그곳’을 오가면서 일종의 상징처럼 등장하곤 했던 빨간 문의 이미지, 붉은 얼굴을 한 원혼, 의문의 열쇠 등이 이야기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다. 1, 2편에서 추구했던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하우스 호러 문법에서 벗어나 캐릭터의 드라마에 집중한다. 악령과의 사투 또한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벗어난 ‘먼 그곳’이 중요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액션의 스케일을 키워 오밀조밀한 시리즈 특유의 공포 효과는 상당 부분 희석됐다. 영화마다 중요한 악령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키 페이스’라는 악령인데 다섯 손가락이 열쇠 형상을 하고 있다. 제작진은 1편에 등장했던 ‘립스틱 악령’이나 3편의 ‘숨 못 쉬는 유령’과 같은 이미지 자체로 공포를 유발하는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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