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당하는 아이를 유괴해 그 아이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 임시교사 이야기. 일본 <NTV>의 2010년작 <마더>에서 7살 소녀 레나(아시다 마나)는 천사처럼 환한 미소로 웃는 아이였다. 몸과 마음의 상처를 감추는 레나의 미소가 애달픈 한편으론, 드라마가 고난 속에서도 웃음과 밝은 성품을 잃지 않는 아이를 그리는 점이 힘겹기도 했다. 레나는 미소 짓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다는, 일본 사회가 여자아이에게 주입하는 메시지를 빨리 깨친 아이일지도 모르겠다. 일본 원작을 리메이크한 tvN <마더>의 혜나(허율)는 원작의 레나보다 그늘이 짙다. 빤하게 보는 눈치가 어른들이 귀엽게 여기는 아이의 모습과 거리가 있고, 수첩에 ‘좋아하는 것’들을 적어놓은 목록도 차이가 있다. 레나가 적어놓은 음료 ‘크림소다’는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이지만 혜나의 수첩 속에는 아이를 오래 방치했던 엄마가 아침에 마시다 남은 것을 건네주던 ‘카페라떼’가 적혀 있다.
이때 깨달았다. 괴로움을 견딜 때, 과거의 좋은 추억을 떠올리는 7살 아이는 어른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작은 성인 같은 존재라는 걸. 돌이켜 보건대 비참함을 견디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괜찮은 부분을 부풀리고 나쁘지 않다고 가장하는 과정이 필요했었다.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레나를 보면서 없던 모성도 생겨날 것 같았고, 그 기분에 기대서 다양한 모성을 탐구했던 원작을 지나 이번에는 혜나를 통해 학대당하는 아이의 마음을 좀더 가깝게 느낀다. 일본보다 나을 것 없는 여기, 학대아동을 보호하는 제도가 종종 친권 앞에 힘을 잃는 한국에서 다시 시작하는 <마더>는 아이의 마음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