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게이트> “길고 어려운 싸움이 될 겁니다. 건투를 빕니다.”
2018-02-28
글 : 장영엽 (편집장)

“길고 어려운 싸움이 될 겁니다. 건투를 빕니다.” 영화 <게이트>는 검사 규철(임창정)이 한강 다리 밑에서 USB를 넘겨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비선실세 의혹의 중요한 증거가 담겨 있는 USB를 가지고 돌아가던 길, 규철은 의문의 뺑소니 사고를 당하고 기억을 잃는다. 그로부터 1년 뒤, 기억상실증과 지능 저하로 직장을 잃고 백수가 된 규철은 옆집 여자 소은(정려원)에게 간간이 생활비를 빌려 살아간다. 한편 사채를 쓴 룸메이트 때문에 위기에 처한 소은은 규철과 더불어 금고털이 전문가인 아버지 장춘(이경영), 외삼촌 철수(이문식), 해커 원호(김도훈)의 도움을 받아 사채업자 민욱(정상훈)이 의뢰한 정체불명의 금고를 털려 한다. 그런데 금고에 대해 알아갈수록, 미심쩍은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게이트>는 국정농단 사건의 영향이 명백하게 느껴지는 코믹 케이퍼영화다. 번개탄을 피우고 사망한 경장, 국정농단 사건의 ‘그분’을 꼭 닮은 인물과 의상실의 존재, 그녀를 ‘누나’라 부르며 따르고, 비밀 금고의 위치까지 알고 있는 젊은 남자(정상훈이 연기하는 민욱이 그다). 하지만 이처럼 명백하게 느껴지는 현실의 그림자로부터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말아야 한다. 뉴스에 자주 등장한 사건, 그리고 인물들과의 싱크로율을 짐작하는 것 외에 현실의 그림자는 그저 눈요깃거리로 소비되고 말 뿐이다. 영화는 그보다도 완전 범죄를 공모하는 과정에서의 코미디에 승부를 거는데, 여성의 외모를 비하하는 유머와 과장된 설정은 종종 과녁을 비껴나간다. <내 사랑 싸가지> <치외법권>을 연출한 신재호 감독(개명 전 신동엽 감독)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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