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손예진 - 힐링이 필요해
2018-03-06
글 : 김현수
사진 : 최성열

손예진이 돌아왔다. 어디 멀리 다녀온 것도 아니고 활동 공백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녀가 꼭 돌아온 것만 같은 이 기분은 뭘까. 그녀의 신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어린 아들과 사랑하는 남편을 두고 갑자기 세상을 떠났던 여인이 여름 장마 기간에 깜짝 환생하면서 벌어지는 판타지 멜로 영화다. 결혼과 이혼, 불륜 등 수많은 사랑의 형태를 연기했던 그녀의 지난 영화들이 떠오른다. 최근 굵직한 여러 장르영화를 소화해온 그녀에게 멜로 연기로 복귀한 소감을 물었다.

-다케우치 유코 주연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4)가 원작이다. 리메이크영화이면서 또 오랜만에 멜로영화로의 복귀인데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재미있고 풋풋하고 한국적인 정서가 느껴지는 각색이 좋았다. 원작 영화는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신예 이장훈 감독의 각색 방향이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기다려온 영화를 만났다.

-<비밀은 없다>(2015)와 <덕혜옹주>(2016) 등 손예진의 도전 같은 영화를 연이어 봤더니 이번 영화는 쉬어가는 페이지 같은 느낌도 들었다.

=전작들의 역할이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격한 감정을 쏟아내야 했으니까. 한편으로는 그동안 극장가에 말랑말랑하고 예쁜 그림 배경의 영화가 드물었던 것도 사실이지 않나. 2000년대 초·중반에 쏟아내듯 만들었던 멜로영화의 전성기 시절을 다시 일으켜세우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있다. (웃음)

-원작에서 다케우치 유코가 연기했던 미오와는 다른 손예진만의 수아는 어떤 인물인가.

=엉뚱하고 무뚝뚝하지만 순수함만은 흐트러지지 않는 인물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우진(소지섭)을 오랫동안 지켜보기만 하는, 답답하고 무신경하기도 한 우진 곁을 맴돌면서 조금씩 사랑을 키워나가는 인물이다. 다케우치 유코는 미오를 정말 예쁘게 보이는 연기를 했는데 나는 보다 인간적인 수아로 보여지길 원했다. 이장훈 감독도 “최루성 멜로영화를 만들지 말자”라고 했고, 나 역시 슬퍼 보이는 연기는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했다. 억지로 쥐어짜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

-시나리오 곳곳에서 손예진을 두고 썼을 것 같은 유머와 멜로가 섞인 장면들이 보인다.

=극중 대학 시절 우진과의 데이트 장면이나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인 우진의 친구 홍구(고창석)와 대화하는 장면 같은, 툭툭 던지는 말투가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정말 내가 평소 말하듯이 엉뚱한 말투를 던져봤는데 감독님도 너무 좋아하더라. 그렇게 나만의 수아가 완성됐다.

-우진 역의 배우 소지섭과의 연기뿐만 아니라 생애 첫 연기를 선보인 신인 아역배우 김지환군과도 처음 연기를 해야 했을 텐데.

=오히려 처음이라서 좋았던 것 같다. 꽤 많은 장면이 첫 테이크에서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기도 했다. 처음에 보여주는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 영화에 잘 어울렸던 것 같다. 다른 것보다도 (소)지섭 오빠와 함께 대학생 시절을 연기했을 때가 어려웠다. 이제는 추억으로 먹고사는 나이라서. (웃음) 다른 영화 촬영현장에 비하면 이렇게 편하게 촬영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몸도 마음이 전혀 고되지 않았다.

-20대 때 멜로 연기를 할 때와 지금의 자세는 어떻게 다른가.

=20대 초반에 연기했던 멜로의 감정은, 너무나 아름다운 완성이었지만 나에게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연기도 할 줄 모르고 부족하고 마음만 앞서는 채워지지 않는 조급함으로 만들어진 연기였다. 그때가 경험하지 못한 순수함이었다면 지금은 무뎌지는 감정을 어떻게 다시 일으켜세울지를 고민하는 성숙함인 것 같다.

-올해 영화와 드라마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곧이어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출연한다. 결혼과 사랑과 미래를 고민하는 평범한 30대의 사랑을 보여줄 것 같다. 실제 집에서 엄마랑 대화하는 내 모습과 아주 흡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웃음) 이종석 감독의 <협상>에서는 유능한 협상 전문 경찰로 등장해 지금껏 본 적 없는 강인한 면모를 보여줄 것 같다. <더 테러 라이브>(2013)가 떠오르기도 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기대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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