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감정을 조리 있게 기술하는 것이 가능이나 할까. <나라타주>는 그 불가능한 지점을 풀어내보려 안간힘을 쓰는, 그래서 안쓰러운 마음이 전해지는 영화다. 영화는 주인공 이즈미(아리무라 가스미)의 시점에서 지난 사랑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야근을 하던 비 내리는 밤, 이즈미는 대학생 때의 기억을 소환해낸다. 학교 연극제를 도와달라는 고교 연극부 선생님 하야마(마쓰모토 준)의 부탁을 받고, 그녀는 첫사랑 하야마와 다시 만나게 된다. 회상 속의 이즈미는 고교 시절 하야마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하야마는 거듭 그녀의 마음을 거부한다. 영화는 이즈미의 기억 속 이즈미가 이렇게 앞선 과거를 재구성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하야마와의 지지부진한 빈자리에 어느 날 그녀를 바라보고 사랑하는 친구 오노(사카구치 겐타로)가 등장하고 세 남녀의 관계는 한층 복잡해진다.
“마음에도 없으면서” 이즈미에게 잘해주는 하야마나, “다른 사람의 상대를 좋아하는” 이즈미를 보고도 그녀에게 집착하는 오노. 영화 속 그들이 준비하는 연극 <한여름밤의 꿈>의 인물들처럼 <나라타주>의 세 남녀는 한 방향이 아니라 각자가 상대의 등을 바라보며 고통받는다. 시마모토 리오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유키사다 이사오가 연출한 작품이다. 멜로 장르이지만, 그의 전작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와 같이 명쾌하게 정의할 수 있는 쌍방향의 사랑과 달리, 이 경우는 관계도가 복잡하고 질척거리며 갑갑하다. 복잡다단한 심리는 내레이션(narration)과 몽타주(montage)를 결부한 ‘나라타주’(narratage) 기법으로 기술된다. 이즈미가 불러온 과거, 겹겹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디테일들은 이 영화의 주재료다. 이즈미에게 하야마와 함께했던 시간들은 모두가 특별하다.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기억하고 해석하는 과정이 수반되는데, 가령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남쪽>을 보고 나온 극장 앞, 선생님이 우산을 씌워준 그때 혹여 자신의 심장박동 소리가 들릴까 걱정했던 그 기억 같은 것들이 영화에도 족히 수십개쯤은 들어 있다. 무심코 넘겨 버리면 끝끝내 답을 구할 수 없는 사랑의 기호들이 이들 관계에 흩어져 있다. 영화는 그걸 하나하나 주워담는 과정이다. 머뭇거리고 주저하는 영화의 기술법이 그렇게 사랑의 속성과 꼭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