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괴물들>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
2018-03-07
글 : 이주현

학교에서 친구들을 괴롭혀온 1인자 용규가 제초제가 들어 있는 음료수를 마시고 입원한다. 양훈(이이경)은 용규의 자리를 꿰차고 1인자 행사를 하기 시작하고, 재영(이원근)을 ‘빵셔틀’의 제물로 삼는다. 나아가 재영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보영(박규영)의 집을 알아오라는 등 무리한 부탁을 하기 시작한다. 마지못해 보영의 뒤를 밟던 재영은 보영이 자신이 알고 지내는 누나 예리(박규영)와 똑같이 생긴 것에 놀란다. 양훈은 보영과 똑같이 생긴 예리를 소개시켜달라 하고, 양훈의 괴롭힘에서 벗어나고 싶은 재영은 비겁하게 그 부탁을 들어준다.

<괴물들>은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던 재영이 자신보다 약자인 예리를 곤경에 빠뜨리면서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하지만 서사의 중심축은 곧잘 흔들린다. 영화는 산만하고 방만한 태도로 양훈과 재영과 예리의 이야기를 오간다. 그중에서도, 피해자로서도 가해자로서도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나이브한 재영 캐릭터가 가장 아쉽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왜 늘 폭력은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향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면서, 정작 또 다른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을 착취하는 것에 영화는 무감각해 보인다. 착한 재영이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용하는 건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 예리다. 예리가 경험하는 ‘지옥’의 끔찍함은 지적장애라는 설정 때문에 반토막난다. 심지어 피해자의 끔찍한 고통을 돌려 보는 장면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그러니까 왜 늘 폭력은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향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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