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베트남 합작영화로 베트남에선 2월 2일 개봉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호찌민에 사는 미(치푸)는 작곡가로서 조금씩 실력을 키워나가는 밝고 구김살 없는 초심자다. 미는 동네 골동품 가게에서 피아노를 사고 싶지만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형편상 쉽지가 않다. 한편 미가 동경하는 한국의 유명 작곡가 지필(정산)은 지난날의 화려한 이력과 달리 영감이 고갈된 상황이다. 이런 둘에게 지필의 연인 윤희(정채연)가 기억 혹은 환영의 형태로 자주 틈입해 들어온다. 지필이 윤희의 흔적을 찾아 호찌민으로 떠나게 되면서 미의 생활 공간에 여행자의 시선이 겹쳐지고 두 사람은 더욱 가까워진다.
<라라>는 한국과 베트남이 교류하는 과정의 중심에 한류 열풍과 베트남전쟁을 놓아둔다. ‘이것은 지나치게 안일한 태도가 아닐까?’ 반쯤 의심하며 지켜보고 있을 때쯤, 남성 인물을 보조하다가 불치병에 걸리는 한국 여성과 한국군을 구해준 언어장애를 가진 베트남 여성이 비극을 당한다는 고루한 설정들과 만나게 된다. 이곳과 그곳, 현재와 과거를 잇는 영화의 교차편집 몽타주는 끝내 힘 있는 미스터리를 피워내지 못하고 금세 생기를 잃는다. 흡사 똑같은 후렴구가 지난하게 반복되는 멜로디를 듣는 것 같다. 작곡가들의 이야기지만 음악영화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자신들을 이루고 있었던, 그러나 미처 깨닫지 못했던 현재와 과거의 존재들을 깊이 인식하게 된 두 사람이 서로를 다독이고 삶의 지속을 긍정하게 된다는 점에서 주제가 던지는 위로는 분명하다. 지나친 선정성 없이 시종 부드럽고 편안한 전개 역시 <라라>의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