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궁합> 오흥석 미술감독 - 색(色)으로 살려낸 공간 미술
2018-03-08
글 : 김현수
사진 : 백종헌

“이렇게 사랑스러운 로맨스 사극 시나리오는 처음이었다. (웃음)” <궁합>의 오흥석 미술감독은 <광해, 왕이 된 남자>의 미술을 맡아 그해 2012년 청룡영화상, 대종상영화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미술상을 휩쓴 바 있다. 때문에 이후 어떤 사극영화도 선뜻 하겠다고 나서기 부담스러웠다. “당당하게 말해 모든 걸 쏟아부은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여러 현대극을 작업하면서도 사극만은 다시 도전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궁합>의 시나리오는 드물게 “여성 캐릭터가 극을 능동적으로 이끌어가며 일종의 로드무비형태의 진행도 엿보이는” 지점이 많은 사극이었기에 “<광해, 왕이 된 남자> 때와는 전혀 다른 접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오흥석 감독이 발견한 <궁합>의 핵심은 ‘색깔’이었다. 그는 흔히 말하는 오방색을 바탕으로 한국 전통의 색깔을 찾아 캐릭터와 공간 등에 입혀가며 이야기의 입체감을 돋보이게 하려 했다. “씩씩하고 주체적인 주인공 송화 옹주에게 어울리는 송화색이란 걸 찾았다. 유채꽃이나 개나리꽃에 가까운 색인데 마침 이름도 송화더라. (웃음)” 송화가 머무는 궁궐 내 거처 곳곳에 모란을 그린 화훼화인 <모란도> 를 활용해 공간을 디자인했고, 역술가 도윤(이승기), 야심가 시경(연우진), 절세미남 강휘(강민혁), 효자 치호(최우식) 등 주요 인물의 성격에 맞는 색상을 각각 부여한 뒤에 그에 맞는 전체 미술 디자인을 시작했다. 영화에서는 대부분 삭제되어 볼 수 없지만 오흥석 미술감독은 조선시대 왕자나 공주의 가례나 국혼을 위해 설치했다고 전해지는 가례청의 미술 재현에도 엄청난 공을 들였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광고회사를 다니다가 “스케일이 작은 게 맞지 않아” 회사를 박차고 나온 오흥석 미술감독은 <블레이드 러너>를 보고 전율을 느껴 영화미술로 뛰어들었다. 윤제균 감독의 <색즉시공> 미술팀으로 시작해 이후 세트팀으로 옮겨 작화도 담당했다. 소위 말하는 “라인도 없이” 매번 직접 부딪쳐가던 그의 열정을 인상적으로 본 추창민 감독은 그에게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맡겼다고 한다. 그가 직접 “아픈 손가락”이라 말하는 <궁합>은 자신의 한계를 넘고 또 새로운 도전을 하게끔 만들어준 버튼과도 같은 작품이다. 최근 한국에서 일부 장면을 촬영했던 금성무, 고천락 주연의 <풍림화산>의 한국 촬영 분량의 미술을 맡았던 그는 덕분에 이 영화의 장숙평 미술감독과도 함께할 수 있었다고. “내가 보고 느꼈던 어떤 경이로움을 제대로 표현해 극장을 나서는 관객에게 전달해줄 수 있는 미술감독이고 싶다”는 그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줄자와 수첩과 연필

미술감독의 현장 필수품 3종 세트다. “줄자는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작업할 때 세트실장님에게 선물받았는데 신기하게도 잃어버리면 다시 돌아오길 반복해 아직까지 쓰고 있다. 고장도 나지 않는다. 수첩은 직접 을지로에서 재단한 종이를 가죽 케이스에 갈아끼우며 아이디어 노트로 활용한다. 모두 10년 넘게 나와 동고동락한 것들이다.”

미술감독 2015 <장수상회> 2013 <스톤> 2013 <플랜맨> 2012 <광해, 왕이 된 남자> 2011 <완벽한 파트너> 2010 <그대를 사랑합니다> 2007 <가족 같은 개, 개 같은 가족> 미술팀 2005 <나의 결혼 원정기> 2005 <거칠마루> 2004 <몽정기2> 2004 <돌려차기> 2003 <하늘정원> 2002 <색즉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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