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씨네21> 창간 21주년 기념 토크 콘서트에서, 당시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을 만들었던 이해영 감독과 <비밀은 없다> 개봉을 앞둔 이경미 감독이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그들은 데뷔의 기억을 꺼내놓으며 영화에 매혹됐던 첫 순간을 회상했다. 시나리오작가였던 이해영 감독은 “<천하장사 마돈나>(2006)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연출까지 맡았다. VIP 시사 때 아버지가 혼자 일어나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박수를 치고 계시더라. 태어나 처음 아버지에게 존재를 인정받은 순간이었다”라고 말했고, 이경미 감독은 “첫 장편이라 가장 진심으로 와닿는 인물을 떠올리며 <미쓰 홍당무>(2008)를 만들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이고 뜨거운 반응에 들떠서 돌아왔는데, 서울역 가판대에 놓인 <씨네21> 표지가 바로 <미쓰 홍당무>였다. ‘공효진의 화양연화’라는 기사와 함께. 정말 행복했다”며 그 시절의 추억을 공유했다.
그런데 여기서 이경미 감독이 얘기한 잡지는 <씨네21>이 아니라 이제는 사라진 영화주간지 <필름2.0>이었다. <씨네21> 편집장으로서 이경미 감독에게 정말 멋진 추억으로 자리한 잡지가 <씨네21>이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 잡지는 분명 <필름2.0>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일대일 인터뷰 자리라고 가정하면, 기자 입장에서 인터뷰어가 그렇게 확신에 차서 얘기할 때 그냥 넘어가기 쉽다. <씨네21> 창간 21주년 기념 행사에서 ‘내 데뷔작이 <씨네21> 표지를 장식해서 행복했다’는 훈훈한 에피소드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 이 아니라 그렇게 믿고 싶기 때문이다. 기자라면 인터뷰어의 사소한 이야기 하나하나를 ‘팩트 체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불구하고, 그럴 땐 그 팩트 체크 자체가 예의에 어긋난다고까지 여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터뷰 정리의 가장 중요한 첫번째 원칙은, 인터뷰어의 모든 얘기를 사사건건 의심하는 것이다.
물론 이경미 감독과는 그에 대해 잘 얘기를 나눴다. 괜히 거창하고 비장하게 ‘인터뷰어의 거짓말과 싸워라’라고 제목을 달긴 했지만, 설마 이경미 감독이 <씨네21>에 잘 보이려고 알면서도 거짓말을 했겠나. 많은 사람들이 인터뷰어가 들려주는 얘기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옮겨 정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길 테지만, 실은 인터뷰어가 얘기하는 사소한 기억이나 정보 등이 틀리는 경우가 다반사이기에 이후 팩트 체크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기 위함이다. 영화기자가 왜 ‘기자’냐고 묻는다면, 사소하게는 바로 그런 점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인터뷰어의 망각과 오류는 온전히 기자의 몫이다. 그래서 진짜 인터뷰란 바로 그 인터뷰가 끝난 다음부터 시작된다.
3월 19일(월)까지 신입/경력 취재기자 원서 접수를 마감한다. 올해는 ‘문화산업4.0: 일자리 페스티벌’에 참여해서 기자들이 사전 신청한 지원자들과 상담하는 시간도 가졌다. 글쓰기 자체에 대한 고민은 저마다 개별적으로 해온 사람들이 많았기에, 취재나 인터뷰 등 ‘영화기자’라는 직종의 여러 다른 실무에 대해 묻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위와 같은 종류의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드렸고,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랐다. 아무튼 접수 마감일 잊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