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비평]
<플로리다 프로젝트> 속 비현실적인 ‘만화의 공간’ 디즈니피케이션, 그리고…
2018-03-27
글 : 윤웅원 (건축가)
마법의 성 너머의 미래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꿈과 환상의 나라’ 디즈니월드 근처 싸구려 모텔에 집 없는 사람들이 살고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텔의 이름이 ‘매직캐슬’이라는 것을 발견하며 시작한 영화처럼 보인다. 영화는 계속해서 디즈니월드와 매직캐슬 모텔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런 대비되는 구조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현재와 다른 방식으로는 상상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모텔에서 생활하는 젊은 미혼모 핼리(브리아 비나이트)와 그의 어린 딸 무니(브루클린 프린스)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는 집이 아니라 모텔에서 살 수밖에 없는, 경제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사람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매직캐슬이란 이름의 모텔에 살면서도, 정작 근처에 있는 디즈니월드에는 갈 수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서사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부엌이 없는 방/집

플로리다의 맑은 날씨와 수영장이 설치된 매직캐슬 모텔의 쾌적한 환경(?)이 모텔에 사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기 어렵게 하지만 미국에서 모텔 주거는 트레일러 주거와 함께 ‘거리의 삶’ 바로 전 단계의 주거 형식이다. 빈민층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이 저개발 국가와 다른 점은, 도시의 물리적인 형태와 제도는 그 시스템이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남미의 파벨라처럼 시스템에서 벗어난 빈민가보다는 시스템에서 탈락한 빈민층이 생겨난다.

직장을 잃어버리거나 범죄 경력 때문에 공공 임대주택도 빌릴 수 없는 사람들이 홈리스 보호소에 가지 않는다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모텔 주거이다. 그리고 플로리다에는 미국의 집 없는 가족의 3분의 1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 통계에 잡히지 않는 홈리스 가족들의 주된 주거형식이 모텔 주거이다. 아마도 플로리다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이유는 따듯한 날씨가 덜 혹독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매직캐슬 모텔 주변의 건물과 건물 사이는 ‘느슨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건물들 사이의 습지와, 건물을 둘러싼 주차장과, 부동산 경기 침체에 영향을 받은 방치된 건물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테마파크 디즈니월드는 주거지역보다는 리조트나 호텔 같은 휴양시설과 선물가게들을 주변에 만들어낸다. 무니와 아이들에게 이 느슨한 공간은 ‘환상과 모험’의 놀이터다. 위험이 제거되어 안전하게 관리되는 디즈니월드 대신 악어가 나오는 늪지와 방치된 건물들이 모험의 장소다. 들판에 방목된 소들이 동물원이 되고, 쓰러진 채로 자라고 있는 거대한 나무는 그 자체로 환상의 공간이 된다. 월트 디즈니는 도시계획가라고도 말할 수 있다. 디즈니피케이션(Disneyfication)이라 불리는, 점점 테마파크같이 변하는 현대도시에 대한 영향 뿐만 아니라 플로리다 디즈니월드의 초기 계획안은 2만명의 주민이 실제로 거주하고 생산하는 도시를 계획하는 것이었다. 미래의 원형 실험 도시(Experimental Prototype Community of Tomorrow)로 불리는 이 계획은 휴양지역과 주거지역 그리고 공장지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월트 디즈니의 이 계획이 흥미로운 점은 새로운 모노레일의 사용이나 환형의 형태로 정교하게 설계된 주거지역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의 일부로 당당하게 한자리를 차지한 비현실적인 ‘만화의 공간’에 있다.

도박도시나 매춘도시같이 어른들을 위한 장소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면 가족을 위한 디즈니월드 테마파크는 비교적 새로운 발명품이다. 그것은 중산층 가족의 증가가 현대 도시에 만들어낸 것이다. 부정적인 면은 제거되고, 안전하고 건전한 형태로 만들어진 디즈니 만화를 현실에 구현한 것이다. ‘행복한 가족’을 위해 만들어진, 현실의 디즈니 만화 공간이다.

무니가 살고 있는 모텔 방이 비정상적인 주거인 이유는 부엌이 없다는 데 있다. 모텔 방에서 부엌을 대신하는 것은 전자레인지다. 집에 부엌이 없다는 사실은 주거가 제공하는 기본적인 기능 중 하나가 외부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실은 핼리와 무니가 항상 피자와 같은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영화 후반부, 무니와 이별을 예감한 핼리가 무니와 함께 리조트의 뷔페 식당에 몰래 들어가 밥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모텔에서 살고 있는 핼리가 무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모텔보다 더 좋은 리조트의 손님이 되는 것이다.

매직캐슬 모텔과 디즈니월드의 관계를 가장 인상적으로 보여준 것은 디즈니랜드에 놀러온 한 남자의 매춘 장면이다. 클럽 댄서로서의 직업을 잃어버린 핼리는 직장이 없다. 그녀는 모텔비를 벌기 위해 무니와 함께 근처 리조트에 머무는 여행객에게 향수를 팔아왔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불법으로 몰려 쫓겨난 후 핼리는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고 성매매를 시작한다. 그리고 한 남자를 모텔 방에 불러들인 장면에 이어지는 것이 디즈니월드 놀이시설 입장 팔찌를 파는 핼리와 무니의 모습이다. 디즈니월드가 제공하지 못하는 것을 주변 매직캐슬 모텔에서 찾은 남자는 그 대가로, ‘꿈과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가족의 팔찌를 잃어버린다.

마지막 선물과 슬픈 해피엔딩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영화를 보는 내내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모텔에 사는 아이들에 관한 영화가 디즈니 아동영화와 같은 안전한 종류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예감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방치된 공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니와 아이들이 플로리다의 맑은 날씨와 예쁜 색들로 칠해진 건물들 사이에서, 자신들이 발견해낸 놀이에 즐거워하면 할수록 나는 더욱더 나쁜 엔딩을 예감했다.

영화는 ‘슬픈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지역 아동센터는 성매매를 하는 핼리로부터 무니의 양육권을 박탈하고 무니를 다른 가정에 입양시키기 위해 모텔에 찾아온다. 두려운 마음에 아동센터 직원들로부터 도망친 무니는 친구 젠시(발레리아 코토)를 찾아간다. 다시는 서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울고 있는 무니를 위해, 젠시가 생각해낸 마지막 선물은 무니를 디즈니월드에 데려가는 것이다. 그리고 선물가게와 주차장과 디즈니월드의 중앙로를 지나쳐 달려가는 무니와 젠시의 뒤를 따라가던 카메라가, 무니와 젠시가 인파 속으로 사라지면, 마지막으로 비추는 것은 ‘마법의 성’이다.

영화가 해피엔딩인 이유는 슬픈 무니를 위해 친구 젠시가 생각해낸 것이 ‘마법의 성’이기 때문이고, 슬픈 엔딩인 이유는 마찬가지로 그들이 달려간 곳이 ‘마법의 성’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유예된 슬픔이다. 여전히 무니의 미래는 엄마이고 엄마의 미래는 세탁실 아줌마이고 그녀들의 작은 행복은 마리화나라고 말하는 것 같다. 가족의 잠깐 동안의 행복이 디즈니월드인 것처럼….

매직캐슬 모텔은 밝은 보라색 페인트로 치장되어 있다. 모텔은 빈대가 끓는 방을 소독하는 대신 건물 벽을 치장하는 것을 선택한다. 그리고 디즈니월드 ‘마법의 성’의 대부분은 가짜 장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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