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리틀 포레스트> 구정아 프로듀서 - 영화의 조력자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
2018-03-29
글 : 이화정
사진 : 최성열

시골로 ‘돌아온’ 혜원(김태리)의 사계절 생활. <리틀 포레스트> 속 혜원의 스토리엔 이른바 그럴듯한 ‘사건’이 없다. 일견 ‘시시해’ 보이기까지 한 이야기가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극장 비수기, 저예산영화로 139만 관객을 동원하기까지, 이 영화 뒤에는 2015년 가을부터 농사짓듯 영화의 전 과정을 함께한 구정아 프로듀서가 있었다. “그간 영화 만들어서 망하기도 했고, 기획개발 단계에서 기다리다 안 되기도 했다. 그런데 나 역시 시간이 주는 힘을 믿는 사람여서, 그렇게 이 영화를 믿고 참여했다.” 만화 원작 <리틀 포레스트>를 각색하는 작업부터 시골을 현실성 있게 만드는 일, 사계절을 촬영해야 하는 만큼 스탭 참여의 조율을 하는 것도 구정아 프로듀서의 몫이었다.

그 사이 김종관 감독의 <더 테이블>과 문소리 감독의 <여배우는 오늘도>, 그렇게 쉬지 않고 연속으로 세 작품을 기획개발하고 프로듀서로 뛰어다녔다. “프로듀서로 최대한 조력자 역할에 충실하자, 감독의 영역을 제한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참여했다.” 특히 감독이 직접 기획에 관여하는 <더 테이블>이나 <여배우는 오늘도>의 경우, 감독과 프로듀서가 서로를 향한 신뢰와 취향에 대한 존중,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가 기획영화를 만들기에 능숙한 프로듀서라는 생각은 안 한다. 대신 감독들의 장점을 파악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역할에 충실하려 한다. 이제는 작가주의 영화가 아니더라도, 자기 이야기가 투영될 수 있는 영화를 관객이 받아들인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믿음으로 참여한 전작 <더 테이블> 역시 지난해 관객 10만명을 동원하며 다양성영화로 유의미한 관객층을 형성한 경우였다. “김종관 감독과 우리도 40만~50만 관객 시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큰 흥행이 아니더라도, 작가들이 다음 영화를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반 정도의 시장이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저예산, 독립영화의 안정적인 관객층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구정아 프로듀서의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문화학교 서울에서 좋은 영화를 찾아다니다가, 1997년 인디스토리 창립 멤버로 영화계에 입문한 만큼 영화계에서 보내고 쌓아온 시간이 적지 않다. <더 테이블>을 찍으면서 구정아 프로듀서는 1인 영화사 볼미디어를 만들었다. 한국어로 ‘보다’의 ‘볼’이라는 의미와 영어 ‘Volum’의 ‘vol’이라는 중복된 의미를 갖는다. “작건 크건 만들 수 있는 걸 쌓다보면 볼륨이 커질 날이 오지 않을까.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영화를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

휴대폰

인터뷰 내내 구정아 프로듀서의 휴대폰은 쉴 사이가 없었다. 벌써 차기작인 김종관 감독의 새 프로젝트에 합류한 상황. 하루 종일 이동 중인 데다, 가는 곳 모두가 작업 현장이다. “제일 큰 용량”을 찾아 구입한 대용량 배터리는 요즘 가장 유용한 아이템이다. “이거 하나면 어디서든 이메일, 포스터 시안 확인은 물론 시시때때로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체크까지 가능하니 정말 든든하다.”

2018 <리틀 포레스트> 프로듀서 2017 <여배우는 오늘도> 프로듀서 2016 <더 테이블> 제작 2011 <티끌모아 로맨스> 기획·공동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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