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덕구> 정지훈 - 오로지 연기만
2018-03-30
글 : 이주현
사진 : 백종헌

“정지훈은 배우가 될 사람이다. 더 큰 배우가 될 사람이다. 언젠가 영화를 좋아하는 형, 누나, 아저씨, 아주머니,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이름이 알려져 있는 그런 배우가 되면 좋겠다.” <씨네21> 독자들에게 ‘정지훈은 이런 사람’이라고 멋지게 소개해달라고 하자 돌아온 똑 부러진 대답이다. 정지훈은 <덕구>에서 이순재 배우의 손자 덕구로 출연한다. 다문화가정의 아이이자 부모 대신 할아버지의 손에서 자라는 덕구는 엄마를 집에서 내쫓은 할아버지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절절히 표현해낸다. 조그마한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에너지가 나올 수 있을까 싶은 순간도 많다. 영화 <미쓰 와이프> <신과 함께-죄와 벌>, 드라마 <도깨비> 등에 출연하며 연기의 재미를 만끽하고 있는 정지훈은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좋은 배우로서의 자세 또한 자연스레 익혀가고 있었다. “인기가 아닌 연기에 집중하겠다”고 말하는 이 배우는 2007년생, 그러니까 이제 겨우 12살이다.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덕구 역에 캐스팅됐다.

=시나리오가 엄청 슬펐고, 이건 내가 꼭 해야겠다는 욕심이 났다. 오디션을 세번 봤고 마지막엔 이순재 선생님도 들어오셨다. ‘이건 뭐지’ 싶으면서도 이 영화에 대한 마음이 점점 더 커졌다. 경쟁률은 나중에야 알게 됐는데 아직도 내가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순재 배우의 존재는 알고 있었나.

=예전에 본 만화영화 <업>(2009)에서 이순재 선생님이 할아버지 목소리 연기한 걸 알고 있다. 오디션 볼 때는 무서운 분인 줄 알았는데 현장에선 정말 할아버지 같았다. 촬영장에서 내가 뛰놀고 있을 때 이순재 선생님은 계속 대사를 외우고 계셨고, 그 모습을 보고 좀 창피해져서 선생님 옆으로 가서 같이 대사를 주고받았다. 그냥 연습이었는데 마치 카메라가 돌아가는 것처럼 연기를 받아주셨다.

-경상도 사투리를 꽤 능숙하게 구사하더라.

=덕구가 되려고 사투리 연습을 많이 했다. 마침 매니저 삼촌 중에 경상도 출신이 있어서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기도 했다. 지금도 사투리를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친구들이 어설프게 사투리 흉내낸다고 ‘니 밥 뭇나’라고 하면 억양이 잘못됐다고 알려준다.

-사투리로 웅변하는 첫 장면에서부터 압도당했다. 어떻게 준비했나.

=유튜브를 통해 웅변 영상을 찾아봤다. 경상도 출신 정치인들이 연설하는 장면도 찾아봤다. 현재의 대통령님 연설 영상도 보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 영상도 보고. 그분들의 연설을 보면 강조할 때 탁 강조한다. 약하게, 약하게 말하다가 중요한 부분에서 임팩트를 준다. 그런 특징을 잡아서 연기했다.

-연기학원을 다닌 적이 있나.

=잠깐 다녔다. 평상시엔 유튜브에서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많이 보고, ‘와 저 영화 재밌겠다’ 싶은 거 있으면 기억해뒀다가 찾아본다.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7살 때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보조출연과 광고를 찍기 시작했다. 드라마 <몬스타> <엔젤아이즈>에 출연했고 8살 때 영화 <미쓰 와이프>를 찍었다. 엑스트라할 땐 재미를 못 느꼈는데 제대로 배역을 맡으면서 연기가 재밌어졌다. 엄마는 이 일이 힘들다고 내가 배우가 되는 걸 말렸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왜 못하게 하냐”고 고집을 부렸다. 이제는 그만하라는 말씀을 안 하신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송강호 아저씨, 하정우 삼촌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성인이 돼서도 계속 연기를 할 거다. 이순재 할아버지처럼 그렇게. 유명해지는 것엔 관심 없다. 학교에서 ‘다들 꿈을 적어보세요’ 하면 내가 제일 빨리 적어낸다. 배우 말고 다른 꿈을 생각하라고 하면 생각이 안 난다.

-10년 뒤에 꼭 다시 만나자.

=(방긋) 인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연기에만 집중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영화 2017 <덕구> 2007 <신과 함께-죄와 벌> 2007 <장산범> 2016 <형> 2015 <미쓰 와이프> TV 2017 <써클: 이어진 두 세계> 2016 <도깨비> 2016 <또! 오해영> 2014 <엔젤아이즈> 2013 <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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